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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knights-Event/[E]위대한 서곡의 끝

[위대한 서곡의 끝] GO-ST-2 동화의 결말

"비나, 넌 언젠간 내가 썼던 이 글을 보게 될 거야."

 

 

노포트 구의 어느 거리

1098년 12월 26일 5:23 P.M.

 

인드라 │다그다, 그쪽 상황은 어때?

다그다 │레인 씨는 아직 살아 있지만, 다리를 절고 있었어. 가장 친했던 형제는 못 버텼대. 당시 지인들에게 들었어……

다그다 │그 형제가 구체적으로 언제 죽었는지는 아무도 몰라. 노포트 구에서 도망치던 때였을 수도 있고, 연합군이 반격할 때 궁지에 몰린 살카즈에게……

인드라 │레인이랑은 만났고?

다그다 │응. 지금은 화물항에서 일하고 있어. 과거 얘기는 거의 안 하고, 그 형제 얘기도 일절 하지 않아.

다그다 │그래도 지금은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인드라 │……*빅토리아 비속어*.

인드라 │나도 전에 우리 영역이었던 공장을 돌아보고 왔어. 애송이들이 엄청 늘어가지고는, 우리 글래스고에 대해 들어 본 적도 없대.

인드라 │녀석들 진짜 짜증 난다고!

다그다 │……우리 자주 가던 그 오래된 레스토랑에는 가 봤어?

인드라 │……

인드라 │망했더라. 거리에 있던 가게들의 예전 점장들에게 연락해 보려고 의회가 사람을 보냈는데, 엉망진창이라서 수리가 불가능한 데나 점장을 못 찾은 가게는 전부 헐고 새로 지을 거라나 봐.

인드라 │선셋 스트리트 호텔, 폴의 바도, 그 카시미어 꼬맹이가 하던 잡지 가게도…… 전부 없어졌어.

다그다 │한나……

인드라 │그 녀석들이 말한 공동묘지에도 갔다 왔어. 매클래런의 묘는 안 보이더라. 베어드도……

인드라 │(흐느껴 울며) 제길, 왜 그 묘비에는 이름이 안 새겨져 있는 거야.

다그다 │……

인드라 │젠장, 네 앞에서 울 수는 없지.

인드라 │가자, 돌아가자고. 모건이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ˇ

모건 │복싱장 상황은…… 분명 더 심각할 줄 알았어.

모건 │고마워.

모건 │네가 계속 봐줬나 보네.

 

카도르 │너희가 살아 있으면 언젠가는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지…… 뭐가 어찌 됐든 나도 글래스고의 일원이니까.

모건 │너는 그때 윈더미어 공작 전함에 안 탔었지.

카도르 │귀족 나리의 도움이 필요할 만큼 썩지는 않았어.

카도르 │하지만…… 그때 내가 좀 바보였다는 건 인정하지. 어쨌든 그 후에 나는 형제들을 데리고 노포트 구 주위의 마족 놈들과 계속 싸웠어.

카도르 │그 마족 놈들 입에서 파라곤 부대 얘기를 들었지.

카도르 │너네는 내가 생각도 못한 일을 했어. 하, 군대라니…… 바깥 전장이 엉망진창일 때, 나는 다른 녀석들과 최전선으로 가서 할 수 있는 걸 했어.

카도르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뻔했지. 결국 부상까지 당했고……

모건 │……너도 감염됐어?

카도르 │그래…… 인드라도 얼마 전에 전장에서 다쳐서 감염됐다고 들었는데.

카도르 │니들 같은 친구가 옆에 있다니, 운도 좋은 놈이군.

 

모건은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그런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인드라 본인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모건 │아니, 네가 그런 말을 하니까 왠지 좀 느낌이 이상하네. 음…… 뭐가 이상한지는 모르겠지만.

카도르 │핫, 맘대로 생각하라고. 아무튼 기회가 되면 나 대신 시즈한테 사과해 줘.

모건 │남아서 직접 말하면 되잖아?

카도르 │내 글래스고는 이제 없어. 너희들이 돌아왔으니까 난 간다.

카도르 │델핀은 같이 안 왔나?

모건 │걔는 비나 옆에 있어.

카도르 │아무래도 너희도 싸운 모양이군. 라디오에서 델핀 어머니 얘기를 들었지…… 신분이 어떻든, 적어도 그 녀석은 배짱 있는 녀석이야.

모건 │이제 어디로 가?

카도르 │노포트 구를 재건하려면 일손이 필요하지. 화물항에는 매일 도시 밖에서 화물이 들어오니까, 나랑 형제들이 감시해야 하고.

카도르 │그리고…… 중앙 구역에서 온 망할 상인 놈들을 두들겨 패고……어……

모건 │……

카도르 │글쎄. 모건, 노포트 구는 이미 변했어.

카도르 │내가 잘 알던 녀석들은 없어졌고, 자주 가던 가게도 없어졌어. 새로 흘러 들어와서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들만 무식하게 싸우고 있고……

카도르 │……뭐 아무튼 복싱장은 돌려줬다.

카도르 │라디오에서 의회가 새로 이것저것 얘기가 나왔잖아. 형제들이랑 의논해서 얼마 후에 다른 공작 영지에 가 보기로 했어.

카도르 │새로운 영역을 찾을 거야.

카도르 │새로운 영역, 새로운 시작. 상황에 따라 잊는 데 시간은 걸리겠지만……

ˇ

모건 │……

인드라 │모건, 방금 나간 거 카도르야?

모건 │맞아.

모건 │작별 인사 하러 온 김에 이걸 돌려주더라고.

 

모건은 버터플라이 나이프를 꺼냈다. 이는 조금 빠졌지만, 글래스고 패거리 마크는 여전히 선명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

베어드의 버터플라이 나이프…… 한나가 잘못 볼 리가 없다. 그 마크는 당시 한나가 베어드에게 이긴 후에 억지로 새기게 한 것이다.

 

인드라 │……

다그다 │……

모건 │카도르가 죽은 청소부 몸에서 발견했대…… 하지만 그 장소를 뒤져 봐도 베어드는 찾을 수가 없었다더라.

인드라 │나도 거기 갔었어.

인드라 │벽에 뭔지도 모르는 글자가 적혀 있을 뿐이었어. 그것도 비가 와서 대부분 지워졌고.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인드라 │베어드가 거기에 갔다는 거야. 나는 알아볼 수 있어. 그 녀석이 쓴……

인드라 │"나도 바란다" 라는 글자를.

 

 

"나도 바란다."

베어드는 무엇을 바랐던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베어드의 소원은 이미 빗물과 함께 노포트 구 대지로 돌아갔다.

우리는 이 일을 더 이상 좇지 않기로 했다.

적어도 베어드는, 우리가 영원히 예상하지 못할 작은 비밀을 마지막에 남기고 떠났다.

베어드는 지금쯤 분명 또 우리를 비웃고 있겠지.

 

 

다그다 │하긴, 비디오룸에서 영화를 볼 때도 베어드는 훌쩍거리는 추모 장면을 제일 싫어했지.

모건 │맞아, 걔는 죽음을 슬퍼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인드라 │칼을 줘. 벽에 걸어 놓을 테니까.

모건 │그럼 나는 술을 가져올게. 집으로 돌아온 것을 축하하고, 베어드에게도 경의를 표하자!

다그다 │……비나를 기다릴까?

모건 │돌아올 여유는 없겠지.

인드라 │그래도 만약……

모건 │그럼 만취할 때까지 기다리자, 한나.

모건 │술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아.

 

 

그날, 아무도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다들 서로 미리 짠 것처럼 천천히 술을 마셨다.

다들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많은 얘기를 한 것 같았다. 하지만 다음날 깨어난 뒤, 우리는 숙취 때문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한나와 싸운 건 기억난다. 다그다도 눈썹 끝을 다쳤다. 왜냐고? 그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비나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비나는 언제나 가장 정신이 멀쩡해서 늘 기억해 주니까.

하지만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ˇ

긴장한 용병 │가져왔습니다, 보스.

긴장한 용병 │그런데…… 진짜로 괜찮을까요? 의회의 눈이 있는데 사형수 시신을 반출하다니……

'밀스카' │누군가의 묵인 없이, 너 따위가 진짜 반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긴장한 용병 │……?!

'밀스카' │그 컬럼비아인은?

긴장한 용병 │기분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보스, 이 물건을 정말로 그자에게 옮기게 할 겁니까? 만약……

 

'밀스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용병은 한숨을 쉬었다.

 

긴장한 용병 │알겠습니다…… 보스를 화나게 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저 의회가 우리에게 한번 손을 댄 탓에, 다들 아직 조금 두려워하는 것뿐입니다.

'밀스카' │……너희와는 상관없어.

'밀스카' │그 컬럼비아인은 내가 알아서 하지.

 

ˇ

'밀스카' │엘리시오 씨, 아마 자기소개는 필요 없겠지?

엘리시오 │당신에 대해서는 알고 있습니다…… '밀스카'.

'밀스카' │잘됐네. 그럼 쓸데없는 자기소개도 필요 없겠다. 당신이 내 물건을 숨겨서 런디니움을 떠났으면 좋겠어.

'밀스카' │물론 보상은 있어. 그 '죽은 사람'도 같이 가져가도 좋아.

'밀스카' │런디니움에서 최대한 멀리.

엘리시오 │그 사람에겐 다이앤이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밀스카'.

'밀스카' │내게 그 여자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밀스카' │중요한 건 그 여자가 다시는 런디니움에 나타나지 않는 거지.

엘리시오 │……그걸 보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방금 집에 돌아온 사람에게 떠나라는 건가요?

'밀스카' │엘리시오 씨, 그 여자가 이 도시에 남을 수 없다는 건 잘 알잖아. 모든 사람에게, 그 여자는 이미 '죽었어'. 교수대 위에서 말이지.

엘리시오 │……

'밀스카' │비나가 멍청한 짓을 했어. 이 사람이 살아 있고 도시에 있는 한, 그건 언젠가 비나를 찌르는 칼이 될 거야.

'밀스카' │하아. 비나는 좀 더 단호해야 돼.

'밀스카' │엘리시오 씨, 그 여자의 감염 상황은 나보다 당신이 더 잘 알 거야. 원래부터 남은 날이 길지 않았어.

'밀스카' │물론, 안 해도 돼. 하지만 이 귀찮은 일은 비나 대신 내가 해결해야겠지. 내 방식으로.

엘리시오 │……

엘리시오 │당신의 전설은 들은 적이 있죠, '밀스카'. 아니면 알레데일 컴버랜드라고 불러야 할지?

엘리시오 │당신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전부 예외 없이 당신이 한때 '영원히 고결한 컴버랜드'라 칭하기에 어울리는 분이었다고 말합니다.

엘리시오 │좋습니다, 다이앤 씨는 제가 데려가겠습니다. 컬럼비아라면 더 도움이 되겠죠.

엘리시오 │만족했습니까?

'밀스카' │당신은 좋은 사람이네, 엘리시오 씨. 당신 같은 친구가 있다는 건 그 여자에게 행운이야.

'밀스카' │미리 준비해둬. 언제 출발할지 모르니까.

엘리시오 │……영웅처럼 죽느냐, 살아남아서 자신이 악인이 되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보느냐……

엘리시오 │당신은 과거에, 자신이 지금 같은 모습이 될 거라고 상상한 적 있습니까?

'밀스카' │……

'밀스카' │쳇, 그게 나에게만 해당하는 얘기일까?

'밀스카' │이 전쟁에서 살아남은 영웅은 수없이 많아. 가장 빛나는 사람부터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까지, 현실 앞에서 그자들이 어떤 모습으로 변하는지 보고 싶네.

 

 

ˇ

차가운 바람이 풀잎 끝을 쥐고 슬며시 얼굴을 긁는다. 그 풀밭에 깊게 파묻힌 병사는 살짝 간지러움을 느꼈다.

사후 세계가 이런 곳일까? 눈을 뜨자, 의외의 인물이 보였다.

 

다이앤 │에…… 어라?

엘리시오 │깨어났군요.

다이앤 │당신은……

앨리시오 │접니다, 엘리시오예요. 다이앤 씨, 인사도 없이 멋대로 위험한 짓을 하면 안 되죠.

다이앤 │저, 저는 분명 교수대에서……

엘리시오 │당신은 분명히 죽었습니다. 처형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의 눈에는요.

엘리시오 │떠나기 전에 로도스 아일랜드에 당신의 감염 상황을 재검사해 달라고 의뢰했어요. 결과는 좋지 않지만요.

엘리시오 │당신 몸의 중요한 기관 몇 개가 이미 결정화되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당신 몸의 중요한 기관 몇 개가 오리지늄으로 바뀌었다는 겁니다. 

다이앤 │그러면…… 저는 아직 안 죽었나요? ……이게 행운인지, 불행인지……

엘리시오 │의장이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기에 당신을……

다이앤 │비나가 저를 풀어준 건가요? 정말 바보네요.

엘리시오 │솔직히 저는 당신들이 정말로 좀 이해가 안 됩니다. 하…… 죄송합니다, 다이앤 씨. 당신은 아마 이제 런디니움으로는 못 돌아갈 겁니다.

다이앤 │……

 

다이앤은 그제야 자신이 이미 런디니움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동도시가 지나간 거대한 자국이 보였다.

그리고 앞에는 살카즈 아이들이 초원을 달리며 자신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고향을 떠난 많은 살카즈의 눈에는 당혹감이 보였다. 그들은 어디든지 갈 수 있지만, 어느 곳도 그들의 집은 아니다.

 

엘리시오 │다이앤 씨, 당신을 컬럼비아로 데려갈 겁니다. 그곳이 당신에게 더 도움이 될 테니까요.

다이앤 │……

다이앤 │알겠습니다. 컬럼비아라……

다이앤 │기회가 된다면 당신이 말한 컬럼비아가 어떤 곳인지 가 보고 싶다고 했던 기억이 있네요……

다이앤 │엘리시오 님, 컬럼비아까지는 얼마나 걸릴까요?

엘리시오 │그러니까, 아주 멉니다. 지금 지도를 꺼내서 확인……

다이앤 │제 상태는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엘리시오 │……

다이앤 │……알겠습니다. 하나 약속해 주시겠어요, 엘리시오 님?

엘리시오 │당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어요, 다이앤 씨.

엘리시오 │그날이 오면 당신을 집으로, 런디니움으로 데리고 돌아오겠습니다.

엘리시오 │그때의 런디니움은 어떤 모습일지 저도 궁금합니다.

 

 

복싱장으로 돌아와 술에 취한 그날, 나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는 아주 훌륭한 묘실이 있었고, 묘비에는 우리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어.

'모건' - 케이트 모리건, '인드라' - 한나 잭슨.

'다그다' - 이사벨 몬터규, '베어드' - 브리짓 루컨.

황금 사자 한 마리가 묘실 밖 불타는 차 위에 앉아 내 이름을 불렀지.

비나 빅토리아.

 

 

모건 │음…… 비나……

모건 │……이불? 누가 덮어줬지?

모건 │아이고, 내 머리…… 지금 몇 시지……

??? │모건, 그렇게 무식하게 마시지 말라고 했지?

??? │한나는 덜렁대는 성격이라 네가 지켜봐야 한다고 했잖아?

모건 │……응? 비나? 비나!

 

모건은 재빠르게 소파에서 뛰어올라 낮은 테이블을 넘어 비나에게 달려갔다.

 

모건 │비나, 돌아왔구나!

모건 │나는 분명, 분명……

비나 │분명 뭐?

모건 │한나, 왜 안 깨웠어!

 

인드라 │너 어제는 비나가 절대로 안 돌아올 거라고 그 난리를 쳤잖아?

인드라 │흥, 결국 지금 제일 흥분한 건 너거든.

모건 │그런 적 없어!

인드라 │하여간 고집은.

비나 │조용히 해, 모건. 다그다 아직 잔다.

다그다 │(으음……)

 

인드라의 무릎에서 잠든 그녀는 귀를 쫑긋거리며 여전히 알코올의 달콤한 꿈에 취해 있었다.

 

델핀 │다그다 씨가 제일 많이 마셨나 보네. 빈 병을 엄청 많이 치웠어.

델핀 │기분이 정말 안 좋았나 봐, 비나 씨.

비나 │……미안.

비나 │내가 늦게 도착한 건 아니겠지?

모건 │당연히 아니지!

인드라 │야. 어제는 그렇게 말 안 했잖아, 모건.

모건 │(조용히 하라고, 한나!)

모건 │어서 와, 비나!

 

 

ˇ

비나 │실은 더 빨리 오고 싶었는데, 의회에 성가신 일이 너무 많아서 말이야.

모건 │근데…… 어떻게……

비나 │으음, 당분간은 혼 씨가 열심히 해줘야겠지.

비나 │아마 지금쯤은 내가 빠져나온 걸 알아차렸을 테니까……

인드라 │그러면 역시…… 돌아간다는 건가?

비나 │……책임에서 도망칠 수는 없으니까.

비나 │하지만 너희에게도 사과해야 해.

모건 │비나, 그럴 필요는……

다그다 │어, 시즈? 비나!

다그다 │나 얼마나 잔 거야?!

인드라 │안심해, 비나가 돌아오는 건 놓치지 않았으니까.

델핀 │……벽에 있는 저 버터플라이 나이프는……

모건 │베어드 거야. 카도르가 전해 줬어.

델핀 │카도르?!

 

 

그날 하루 종일, 비나는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다.

시즈, 비나, 글래스고 패거리의 리더, '어퍼컷' 복싱장 무패의 왕. 내 친구(중 한 명)는 언제라도 우리 곁을 떠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단 1초도 낭비하지 않고 비나에게 전하고 싶었다. 그녀가 아직 모르는 노포트 구의 온갖 변화에 대해.

카도르, 레인 씨, 비디오룸……

새로 지어진 화물항, 복구된 가게, 소식을 듣고 급히 집으로 돌아온 극히 일부의 옛 친구들……

물론 '우리 복싱장을 보호해 주겠다'고 지껄이는 무식한 애송이들도 있었지만, 웃는 얼굴의 비나에게 맨손으로 얻어맞고 집으로 돌아간 다음 사과의 의미로 술을 몇 상자 들고 와서 우리와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노포트 구는 우리를 잊은 듯했지만, 그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했다.

확실한 건, 전쟁은 이미 끝났으니까.

 

 

 

모건 │여기 기억나?

비나 │그러면 이번에도 누가 빠른지 대결해 볼까?

 

비나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인드라는 이미 뛰쳐나갔다.

 

모건 │한나, 치사하게!

인드라 │숫자 세겠다고는 안 했다? 그 자린 내 거야!

다그다 │흥.

다그다 │다치더니 누가 봐도 느려졌군, 인드라.

인드라 │일단 따라잡고 나서 그런 소릴 하시지!

델핀 │어? 응?

델핀 │뭐야? 두고 가지 말라고!

비나 │델핀, 뒤처지지 말고 어서 따라와!

모건 │들었어, '델'? 하여간 느리다니까~!

 

길거리를 질주하는 몇몇 모습에 퇴근하는 노동자들이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냈다.

이들이 누구인지 그들은 떠올리지 못했다.

"어차피 또 노포트 구에 새로 이사 온 외지인이겠지."

 

공장을 잇는 고가도로 위, 글래스고 패거리는 그리운 곳으로 돌아왔다.

이곳에서 그들은 낮은 공장을 내려다보며 중앙 구역에 우뚝 솟은 더 샤드 빌딩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들은 이곳에서 시작해, 이곳에서 고향과 작별했다. 그리고 돌고 돌아, 다시 그리운 이곳으로 돌아왔다.

다만……

 

인드라 │베어드한테도 한 잔 남겨 줬어.

인드라 │다그다, 더 안 마셔?

다그다 │됐어. 이제 비나 앞에서 추태를 부리긴 싫으니까.

모건 │그럼 네 몫은 전부 비나 줘야겠다.

모건 │'델', 정말 주스만 마실 거야?

델핀 │으, 그렇게 무르지 마. 그리고 역시 술맛은 적응이 안 돼서.

다그다 │마시고 싶은 대로 마셔. 내가 보고 있을 거니까.

인드라 │좋아! 역시 술은 여기서 마셔야지!

인드라 │베어드를 위해! 글래스고를 위햬! 건배!

전원 │베어드를 위해! 글래스고를 위해! 건배!

인드라 │로도스 아일랜드를 위해! 파라곤 부대를 위해!

델핀 │이 전쟁에서 싸운 모든 사람을 위해!

모건 │음,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목숨을 던진 모든 사람을 위해!

비나 │살아남은 모든 사람, 떠나간 사람…… 우리 곁에 여전히 있어 주는 사람들을 위해……

비나 │……노력과 눈물을 바친 사람, 어둠과 고통 속에서 발버둥 친 사람들을 위해……

비나 │……빅토리아를 위해 건배.

전원 │빅토리아를 위해 건배!

 

슬퍼할 필요 없다. 살아 있는 자는 현재를 가슴에 새겼고, 떠난 자도 희망을 남겼다.

파울비스트들이 날아다니며 속삭인다. 그들의 목소리에 맞춰서.

 

인드라 │델핀, 너도 가는 거야?

델핀 │잠깐이지만 린카딘으로 돌아가야 해. 시어러 소위가 요양차 함께 갈 거고.

모건 │어쨌든 집에 있는 바보들한테 화가 나면 언제든지 여기로 돌아와도 돼.

모건 │여긴 네 집이기도 하니까 말이지.

델핀 │당연하지! 비나 씨한테도 약속했으니까.

다그다 │비나, 언젠가 전부 집어치우고 싶으면……

비나 │돌아올게.

비나 │하지만 나는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비나 │런디니움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멋지게 살았으면 좋겠어. 이건 그들이 마땅히 누려야 하는 거야.

비나 │다들 우리처럼 웃어야 해. 눈물도, 굶주림도 없이.

비나 │우리가 얻은 모든 것을 헛되게 하고 싶지 않아.

비나 │빼앗으려는 놈이 있다면 내가 상대해 주겠어.

비나 │과거에 우리가 여기서 그랬던 것처럼……

모건 │비나……

비나 │비나든 알렉산드리나든, 내겐 다 똑같아. 아니야?

인드라 │꺼억……

비나 │베어드가 있었다면 분명 내가 이렇게 하길 바랐겠지.

 

베어드 │그래, 비나.

베어드 │나도 그러길 바란다……

베어드 │글래스고를 위해, 너희 모두를 위해 건배.

베어드 │어서 와, 모두들.

 

 

 

비나는 다음 날 아침에 떠났다. 배웅은 없었다. 분명 깨우고 싶지 않았겠지.

하지만 실은 다들 깨어 있었다. 내가 싫어하는 그 옷으로 갈아입고 혼자 중앙 구역으로 가는 비나를 나는 보고 있었다.

비나가 오랜만에 가장 편하게 잘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집에 있을 대는 아무 생각 하지 않아도 되니까.

꼬박 하룻밤의 시간을 들여, 비나가 집으로 돌아온 그날의 일을 하나하나 자세히 기록했다.

 

분명 언젠가 비나는 내가 기록한 이 글을 보게 되겠지.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곘지만, 잊기 쉬운 것들을 너를 대신해 똑똑히 기억해 줄 거야.

비나, 내가 전에 적었던 그 꿈 얘기를 아직도 기억해?

꿈속에는 아주 훌륭한 묘실이 있었고, 묘비에는 우리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어.

황금 사자 한 마리가 묘실 밖 불타는 차 위에 앉아 내 이름을 불렀지.

비나 빅토리아.

나는 네가 되는 꿈을 꾸었어.

나는 인생의 황혼에, 글래스고 친구들과 몇십 년이나 연락하지 않은 어느 오후의 꿈을 꾸었어……

나는 '시즈'가 글래스고를 위해 세운 묘실에 들어갔어.

나는 가슴에 새겨졌지만 이미 내 것이 아닌 기억이 그리웠고, 노포트 구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이 그리웠어.

비나, 네가 그 옷을 입은 그날부터 나는 알고 있었어……

네가 결국엔 혼자서 걸어갈 것이고, 혼자서 걸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미안해. 우리는 너를 도와줄 수 없고, 계속 곁에 있어 줄 수도 없어……

하지만 이것만 알아줬으면 좋겠어. 우리는 영원히 여기 있다는 걸.

글래스고는 영원히 여기에 있다는 걸.

 

비나 빅토리아, 너를 위해 건배.

 

――《알렉산드리나 회상록》

 

케이트 모리건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