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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knights-Event/[R]미즈키&카이룰라 아버

만상추억록:쏜즈 - 01.위험한 시약

고요함이 다시 이베리아를 덮쳤을 때 바다에서 온, 기억 속의 누군가가 쏜즈 앞에 나타났다.

그 에기르인은 탐구하고 고민하며 기필코 자신의 결론을 검증하려 한다.


PART 1 "네가 두려워하든 말든, 그것은 널 찾아갈 거야."

 

 해안선이 함락된 지 몇 분도 안 돼 바다의 굉음과 육지의 소음이 전부 사라졌다. 마치 대뇌가 귓가에 들려오는 모든 음파를 차단이라도 한 듯, 거대한 재난이 남긴 건 오직 공백뿐이었다. 발밑의 땅은 만연하는 명흔의 먹이가 되어 부서지고 삼켜졌다. 쏜즈가 서 있는 이곳도 고지라고 해서 절대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

 철수를 거부한 에기르인은 잠시 평온을 되찾은 바다를 지켜보고 있었다.

 진동의 여파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그의 귀에서는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은 이질적인 액체가 흘러나와, 장갑을 적시며 앞다투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피다.

 그러나 쏜즈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눈앞의 사태에 비하면 별 대수로운 일도 아니었으니.

 솔직히 쏜즈에게 있어 이베리아는 결코 편안한 곳은 아니다. 그가 해안선에서 보낸 시간은 내륙 도시에서 보낸 시간보다 훨씬 길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베리아와 에기르를 버린 그는 이 두 곳을 자기 고향이라 생각한 적이 없다. 하지만 그는 다시 이곳에, 이 만신창이가 된 이베리아로 돌아왔다.

 과거 쏜즈는 오랜 세월 동안 전해 내려오던 황금시대를 재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 기대를 아직도 품고 있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는.

 귀에서 흘러나온 피는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려 극심한 간지럼을 자아냈다. 쏜즈는 자신의 피를 어떠한 이물질로 인지할 수밖에 없었고, 이렇게 피를 흘리는 행위 자체가 이물질을 체외로 배출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바다에 이끌린 이물질이 쏜즈를 아직도 이곳에 머물게 하고 있었다.

 이 바다 깊은 곳에서, 줄곧 그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이런 이질적인 이끌림은 날이 갈수록 뚜렷해졌고, 쏜즈는 더 이상 이런 이끌림을 무시하라고 자신을 설득할 수 없었다.

 마치 예전에 한 가수가 말했던 것처럼.

 "네가 두려워하든 말든, 그것은 널 찾아갈 거야."

 그 가수가 말한 그것이 쏜즈의 고향일까, 아니면 지금 눈앞에 있는 이 바닷속 생물일까?

 그는 답을 찾아야 했다.

 의문이 풀리기 전까지 그는 이곳을 떠날 수 없었다.


PART 2

 

 에기르인은 자신이 환각을 본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하지만 공백과도 같은 침묵이 지나자, 날카로운 통증이 울부짖기 시작하더니, 먼 곳의 해수면으로부터 꿈틀거리는 생물의 모습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 불완전한 시야의 끝에……

 이곳에 나타나지 말아야 할 모습이 들어왔다.

 비록 형체는 이미 순수한 시본으로 탈바꿈했지만, 어떤 묘한 직감에 쏜즈는 그것이 과거 은사의 모습이라는 걸 알아챘다.

 모습을 통해 알아챘다기보다는, 그 괴물과 눈을 마주친 찰나에 스쳐 간 깨달음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그 순간, 과거에 느꼈던 갖가지 위화감이 모두 이해가 되었다.

 그에게 값진 지식을 전수해준 이베리아 선교사는 애초부터 심해의 일원이었던 것이다.

 심해 주교는 부서진 해안에 서 있었고, 두려움보다는 평온함이 더 많아 보였다. 시테러들이 선교사를 둘러싸고 희열이라도 느낀 듯 울부짖었고, 시본 유체는 가느다란 촉수를 가볍게 흔들고 있었다.

 위매니에 속하는 그들은 그렇게 순수한 모습으로 파도에 의해 흔들거리고 있었다. 선교사의 등에 석양이 비치자, 잿빛 그림자가 바다에 떨어져 부드럽게 일렁거렸다. 그리고 어디선가 잔잔하고 묵직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선교사는 거기 서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반가운 재회로구나, 아이야."

 곳곳에서 들리는 속삭임은 감정을 전달하고 있었다. 그것은 위매니에겐 없어야 할, 개체에 속하는 감정이었다.

 "너는 보지도 못했던 바다를 동경하고, 고향의 땅을 그리워하고 있구나."

 "그게 네가 여기에 남아 떠나지 않으려는 이유인가?"

 "너의 피에는 내가 남긴 선물이 있지. 원래는 하찮은 것이지만, 너는 위매니 사이에서 너무 오래 머물렀구나……"

 "너는 여전히 방황하고, 방랑하며, 여전히 찾고 있느냐?"

 "네가 찾고 있는 게 이곳, 여기에 있느냐?"

 "위매니가 개체의 의지를 덮어버리지만, 그중에서도 예외는 있는 법."

 "최선의 길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나의 생각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그렇지만 너는, 너는 답을 찾았느냐?"

 선교사가 손을 내밀었다.

 어린 시본이 꽃을 피우자 바다의 자손들이 그를 향해 촉수를 뻗었다.

 "스스로 생각해야 하고,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나는 늘 네가 올바른 길을 선택하길 바란다, 아이야."

 시본의 소리는 바람에 일렁이는 물결처럼 차곡차곡 퍼져나갔다.

 쏜즈는 그 목소리를 이해할 수 있다.

 상대는 늘 그렇듯이 쏜즈에게 자신의 사고를 유지하라고 가르치고 있었다.

 만약 지금까지의 모든 검증 방법이 실패로 끝나 새로운 가설을 세워야 한다면……

 눈앞의 이 선택이 그가 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될까?

 눈앞의 이 선택의 끝에 과연 그가 원하는 답이 있을까?

 석양이 쏜즈의 눈앞에서 저물어 갔다.

 위매니는 육지를 향해 전진하지 않고, 반대로 천천히 뒤로 물러갔다.

 신성한 종교화가 조각조각 부서져 갔다.

 금과 은이 해수면에 흘러내리고 있다.

 에기르인은 손에 든 검을 천천히 들어 선교사를 향해 겨눴다.


PART 3 바다가 무슨 색인지 그 누가 정확히 말할 수 있을까? 쏜즈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그는 바다를 감싸 안을 거란 걸 잘 알고 있다.

 

 이 도시는 지금까지 얼마 동안 버티고 있었을까?

 며칠? 한 주? 아니면 한 달?

 상황은 점점 악화했고 주변 사람들도 점점 줄어들었다.

 정찰을 나간 소대는 돌아오지 않았고, 그들의 통신기는 거의 죽을뻔했던 재판관이 대신 가져왔다. 너덜너덜해진 통신기에는 마지막 보고 내용이 저장돼 있었고, 녹음의 마지막 내용은 간단하면서도 담담한 작별인사였다.

 시본과 맞서 싸운 동료는 끝내 숨을 거뒀고, 전사들은 시테러 무리에 파묻혔으며, 의사들은 마지막 힘을 짜냈지만, 치료용 아츠 유닛도 결국 적의 피로 물들었다.

 방어 시설을 지키던 대원은 위험을 무릅쓰고 철수용 방벽을 가동해, 가까스로 시본과 시테러를 막았다. 도시가 붕괴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설비는 분한 듯 윙윙거리며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쏜즈는 이곳에 남았다. 그는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몰려드는 인파를 헤치며 역류하듯 바다로 나아갔다.

 에기르인은 홀로 해안에 서 있었고, 손에는 형광빛이 나는 시약을 들고 있었다.

 이 시약을 만들 때, 그는 언젠가 이걸 사용할 날이 올 거라고 믿었다.

 그 원료는 무엇이며, 또 무엇을 첨가했는지는 은사의 팽창한 몸집을 가른 쏜즈 본인만 알 수 있다.

 이 시약은 도대체 녹색인 걸까, 파란색인 걸까?

 그 누가 바다의 색깔을 정확히 말할 수 있을까? 쏜즈는 그럴 수 없다. 하지만 그는 바다를 받아들일 거란 사실은 확실히 알고 있다.

 이곳엔 오직 쏜즈 뿐이다. 무수한 바다의 자손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으나, 그들은 공격하지 않고 그저 친절하게 침묵만 지키고 있었다.

 선악이 어떻게 뒤집히든, 진실이 어떤 식으로 해석되든 쏜즈는 이미 마음을 굳혔다.

 그는 무엇이 계속해서 자신을 부르고 있는지, 피할 수 없는 그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아야만 했다.

 자신의 육체가 그들의 일원으로 변한다면, 바다 그 자체에 피해를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알고 싶었다.

 이것은 그의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는 의문이다. 하루라도 풀리지 않는 한, 그는 하루도 쉬지 못하고 계속 탐구할 수밖에 없다.

 쏜즈는 줄곧 답을 찾고 있었다.

 쏜즈는 자아를 지킬 자신이 있다고 믿었다. 아무리 이성이 침식된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제정신은 유지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도 고민해본 적 있다. 만약 이 도박에서 지게 된다면……

 박사는 그의 모든 약점을 알고 있으니, 박사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다.

 주저할 필요 없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사고와 판단을 따를 뿐이다.

 자기중심적인 에기르인은 시약이 든 주사기를 눌렀다.

 그리고 고향을 자신의 몸속에 천천히 주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