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알레데일에게 정말 고마웠고 약간의 경외심마저 들었다. 그녀가 없었다면 글래스고와 로도스 아일랜드는 갈 곳이 없었을 것이다."
작전 전
알레데일에 대해 장 하나를 할애하려고 결심한 순간, 만족할만한 내용이 떠오르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렇게도 잘 아는 이름인데도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컴버랜드 가문의 마지막 인간. 우리를 배신하고, 그다음 우리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인간. 자신이 만든 크림 스튜가 맛있다고 자랑하는 걸 좋아하는 인간.
'밀스카'…… 캐스터의 부하…… '영원히 고결한 컴버랜드'…… 대체 뭐가 진짜지?
ˇ
런디니움 지하 터널
1098년 9월 28일 4:53 P.M.
파라곤 부대의 도시 봉쇄선 돌파 34분 전
걱정하는 용병 │보스, 좌표 확인했습니다. 익명 메시지가 경고한 장소는 이 앞입니다. 정보의 출처도 아까 판명됐습니다. 정보 출처는……
'밀스카' │로도스 아일랜드.
'밀스카' │놀랄 거 없잖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가자.
용병은 머뭇거리며 일어났다.
'밀스카' │……하고 싶은 말이라도?
걱정하는 용병 │형제들은 계속 당신을 믿었습니다. 당신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길거리에서 썩어가고 있거나, 아니면 마족에게……
걱정하는 용병 │뭐든 간에 다들 한 번 죽은 몸입니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낌없이 던질 수 있어요. 하지만 이건 이치에 어긋납니다. 우리는 로도스 아일랜드를 전혀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믿으라는 겁니까?
걱정하는 용병 │지금은 저 파라곤 부대가 도시로 돌입하려고 하는 중이고, 밖은 지금이라도 혼란해질 겁니다. 이 틈에 이득을 좀 보려고 하는 건데……
걱정하는 용병 │적어도…… 보스가 직접 리스크를 져야 할 일은 아닙니다.
'밀스카' │너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라는 거지?
용병은 침묵했다. 그는 '밀스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 채로, '밀스카'가 화내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잠시 기다려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밀스카' │이 전쟁이 끝나면 런디니움이 어떻게 되는지 생각해 본 적 있어?
걱정하는 용병 │어…… 예전과 같아…… 질까요?
'밀스카' │아니, 전과 같은 건 두 번 다시 있을 수 없어. 이 전쟁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누구도 돌아갈 수 없지.
걱정하는 용병 │잠깐만요, 보스. 저희를 버릴 생각이십니까?
'밀스카' │아니, 나는 너희가 필요해. 곧 런디니움은 서둘러 수복해야 하는 도시가 될 테니까.
'밀스카' │과거의 질서는 폭력과 죽음으로 부서진 지 오래고, 남아있는 균열은 우리 배를 채우기에 충분해.
걱정하는 용병 │하지만……
'밀스카' │지금은 네 의견을 물어보는 게 아니야.
'밀스카' │잘 들어. 나는 과거의 생활을 계속할 생각은 없어. 그러면 어서 장래를 위한 계획을 세워야겠지. 물론, 너희들은 절대로 잊지 않아.
'밀스카' │하지만 여기서 재미를 좀 보고 싶다면, 우리가 뭘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지.
'밀스카' │너희에게 선택지가 없다고는 하지 마. 골라. 계속 갈래, 돌아갈래?
걱정하는 용병 │……
걱정하는 용병 │젠장. 저는 계속 갈 겁니다, 보스.
ˇ
걱정하는 용병 │이거 잘못 본 거 아니죠…… 뭐냐 이건……
걱정하는 용병 │철골 틈새와 화로 안에 새빨간 돌이…… 이거 전부 마족이 여기에 숨긴 건가요?! 그놈들 뭘 하려고……
'밀스카' │……뱀파이어들의 물건이네.
공기 중에는 희미하게 피 냄새가 떠돌았고, 그녀는 악몽처럼 다가오며 꿈틀대던 그 괴물을 떠올렸다.
걱정하는 용병 │보스! 여기 뭔가 발견했습니다!
'밀스카' │이건…… 공작 연합군 병사인가?
걱정하는 용병 │이상한데…… 죽은 지 얼마 안 됐습니다. 여기 인식표도 있고…… 연합군 제8종대 제5보병단의…… 장교?!
'밀스카' │마치 백작의 부대군. 노르망디 공작 측 인간인가? 몸에 상처도 없어. 살해당한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자연사도 아니야.
'밀스카' │내가 아는 한 이 부대는 지금 성벽 밖에서 도시를 포위하고 있을 텐데, 왜 여기에 장교가……
??? │어디서 온 놈이지? 처리해라. 명령에 늦지 않게 신속하게 정리해.
??? │아직 가동해야 하는 제단이 더 있다. 시간이 많지 않아.
걱정하는 용병 │저 빌어먹을 마족 놈들에게 포위당했습니다. 어떻게 후퇴해야……
'밀스카' │왜 후퇴해야 하지?
걱정하는 용병 │……
'광인'.
그 증기 기사의 칼날을 어디서 손에 넣었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밀스카' 출신들은 더더욱.
용병은 다리를 떨며 후회했다. 몇 분 전이라면 살아서 돌아갈 기회가 있었는데.
……그 보라색 칼날이 그를 등 뒤에서 찌르지만 않았다면.
걱정하는 용병 │젠장.

나딘 │응? 그 무기, 알고 있는 물건인데.
나딘 │장군이 알려준 정보에 너에 대한 언급이 있었지. 이렇게나 무서운 줄 모른다는 건, 설마 그 큰 깡통도 가까이에 있나?
나딘 │이번에는 또 하나 귀찮은 일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밀스카' │칫.
나딘 │훗, 너희는 하던 임무를 계속해.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딸랑."
산들바람이 능묘 대들보의 풍경을 쓰다듬듯, 편히 잠든 자의 베일에 늘어뜨린 금장식과 보석이 공중에서 흔들리며 부딪혔다.
??? │미안. 혹시 내 잃어버린 귀걸이 본 사람 없어?
??? │찾았다, 꼬마 석류……가 깨, 깨졌네……
??? │그럼 네 장난감을 빌려야겠네, 두카렐. 어차피 너도 거절 못 할 거고.
강철 사이에서 잠시 빛을 발하던 핏빛 제단은 이내 어둡게 변한 뒤 부서졌다.
그리고 공중에서 산산조각 났던 진홍빛 귀걸이는 희미한 빛을 발하며 새것처럼 복원되었다.
검붉은 그 색은 눈부시게 아름다워서, 무의식 중에 마음이 흔들렸다.
"딸랑."
그 소리가 '밀스카'의 귓가에 울린다.
??? │일단 내 꼬마 석류를 맡아줘.
??? │너희를 가야 할 곳으로 안내해 줄 거야. 자, 떠날 시간이야.
??? │하지만 신기하네. 설마 켈시 훈작 정도나 되는 사람이 너를 믿는다니.
'밀스카' │……!

그녀는 그 붉은색과 검은색의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뱀파이어. 뱀파이어가 나를 돕는 이유는? 켈시 훈작? 로도스 아일랜드의 닥터 켈시? 그 사람들은 대체 뭘 하려는 거지?
당혹스러운 점은 너무나도 많았다. 하지만 어느새, 손에는 차가운 뿔 모양 귀걸이가 쥐어져 있었다.
수수께끼의 뱀파이어 │아직 그 사람을 구하고 싶으면 서두르는 게 좋아. 주변에 재단은 여기 말고도 있으니까.
'밀스카' │……난 뭘 하면 되지?
수수께끼의 뱀파이어 │그녀가 가르쳐 줄 거야.
'그녀'? '밀스카'는 갑자기 손안의 귀걸이가 고동하듯 떨리는 것을 느꼈다.
나딘 │저 녀석을 막아……
수수께끼의 뱀파이어 │쉿.
나딘 │*살카즈 비속어*!
나딘은 온몸의 피가 순식간에 심장으로 역류함과 동시에, 현기증이 엄습해 오는 것을 느꼈다.
처음으로, 이미 육체를 포기한 동족들이 부러웠다.
수수께끼의 뱀파이어 │길은 남겨뒀어.
수수께끼의 뱀파이어 │'그녀'를 지켜. '그녀'가 너를 내가 있는 곳으로 이끌어 줄 거야.
ˇ
1098년 9월 28일 5:21 P.M.
파라곤 부대의 도시 봉쇄선 돌파 6분 전
'밀스카' │자, 다음 장소로 가자.
걱정하는 용병 │보스, 뱀파이어가 준 그거 너무 수상합니다. 제단을 부술수록 점점…… 아름다워지고 있어요.
'밀스카'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냐. 통신에서 들은 얘기로는 파라곤 부대가 도시로 돌입했는데 공작 연합군에게 포위당했다고 하네. 사태가 변하고 있는지도 몰라.
'밀스카' │공장 사람들에게 명령은 잘 전달되고 있어?
걱정하는 용병 │네, 다들 준비 중입니다.
'밀스카' │감춰져 있는 기묘한 살카즈 제단, 그리고 공장들이 런디니움 전체를 봉쇄한 다음 포기해 버린다는 급작스러운 소문……
'밀스카' │흥, 이제는 이 도시에 진짜 손을 대려고 하는 게 누구인지 모르겠네.
??? │그게 누군지 정말로 신경 쓰여?

클로비시아 │오랜만이군, 알레데일.
'밀스카' │……
'밀스카' │죽은 줄 알았어.
클로비시아 │나도.
클로비시아 │단시간에 이런 번거로운 일을 해결하는 건 네게는 불가능해. 로도스 아일랜드의 협력이 있어도 말이지.
클로비시아 │최근 몇 년 간 살카즈가 얼마나 도시 내부에서 돌아다녔고, 얼마나 제단을 숨겼는지는 알 수 없어. 하지만 내 눈을 속이는 건 살카즈의 능력만으로는 불가능하지.
클로비시아 │여기 제단들이 가동되면 런디니움의 중추 영역 몇 군데를 파괴하기에는 충분하겠지. 하지만 내가 이미 중요한 몇 군데를 찾아서 처리했어.
'밀스카' │혼자서……?
클로비시아 │비나는 도움이 필요한 상태고, 파라곤 부대는 바로 코앞까지 와 있어. 공작들은 진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해.
클로비시아 │공작들이 런디니움을 포기하려고 한다는 정보는 내가 퍼뜨렸어. 완전히 거짓 정보는 아니야.
'밀스카' │……내가 뭘 하기를 바라지?
클로비시아 │이미 하고 있잖아? 너희 측 사람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어.
클로비시아 │그저 너희는 등을 밀어주는 게 필요했을 뿐이야. 남은 제단 처리는 나도 돕도록 하지.
'밀스카' │너…… 꽤 변했네.
클로비시아 │너도 그렇잖아, '밀스카'. 정말 지금 이름이 마음에 들어?
클로비시아 │너는 살아남는 것을 선택했어. 그럼 계속 나아가서 이 길의 종점이 어딘지 보라고.
'밀스카' │……
걱정하는 용병 │보스, 저 사람은……
'밀스카' │가자. 가능한 한 빠르게 바깥 구역에 도착한 다음에, 다른 사람들 틈에 섞여서 파라곤 부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라고 전해.
ˇ

런디니움
1098년 9월 28일 5:27 P.M.
파라곤 부대가 도시의 봉쇄선을 돌파했다. 도시 내부의 공장들이 울부짖으며 재가동되었고, 귀향한 자들을 맞이했다.
나는 그날 오후를 몇 번이고 떠올린다.
공장, 비나, 증기, 환호, 복싱 시합, 우렁찬 외침, 베어드……
항상 온갖 기억의 단편들이 일제히 샘솟아 뒤섞이는 바람에, 그날 오후의 일을 제대로 기억해 낼 수 없게 되어버린다.
다만 유일하게 잊지 못하는 것은, 비나가 "집에 돌아왔다" 라고 말한 것.
나는 울고 싶었다. 이 여정은 너무나도 길고 멀었다…… 도시 안에서 밖으로, 전장에서 고향으로……
우리는 집에 돌아왔다. 하지만 우리는 또 계속 우리를 지지해주던 사람을 얼마나 잃은 걸까?
알레데일 외에는, 떠난 뒤에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
베어드가 보고 싶다.
ˇ
파라곤 부대 임시 진지
1098년 9월 30일 5:22 A.M.
파라곤 부대의 도시 봉쇄선 돌파 2일 후
모건 │물자 점검이 이렇게 괴로운 일이었어?
모건 │예전에 우리 구역 공장 물자를 셀 때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는데……
비나 │이게 괴로운 일에 포함되는 거라면, 나는 오히려 더 괴로웠으면 좋겠군.
모건 │헤헤, 하지만 우리를 지지해 주는 사람이 아직도 이렇게 있다는 게 확실히 흥분되네……
모건 │후아암~ 열심히 일하다 보니까 벌써 아침이네.
비나 │……속도를 높여야겠어. 너무 늦으면 안 돼. 다른 사람이 벌어줄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아.
비나 │위셔델 쪽 정보로는, 군사위원회의 전체적인 지휘 계통은 혼란 상태지만 나흐체러르의 군대가 아직 서쪽 회당에 주둔 중이라고 해.
비나 │우리가 도시로 들어온 지 2일 지났지. 하지만 지금까지 놈들에게 큰 움직임은 없어.
모건 │정보에서는 테레시스가 이미 그 군을 버리고 숨었다고 했지? 나흐체러르가 안 움직이는 건 그게 원인일지도 모르겠는데.
비나 │그건 추측일 뿐이야. 박사도 그 정보를 입증할만한 확실한 증거가 없어.
비나 │모건, 조금 쉬어 둬. 연합군의 총공격 신호는 지금이라도 올 수 있으니까……
모건 │비나, 나는 숫자 세는 게 싫은 것뿐이라니까!
모건 │……그것보다 다그다를 도우러 가고 싶어. 구역 탈환에 참가하도록 시민을 설득하는 건 내 쪽이 더 경험이 많으니까.
모건 │델핀은 망설이는 귀족들을 설득하고 있고, 한나와 캐서린 씨는 남아 있는 공장 사람들과 자경단을 단결시키고 있어. 그 둘이라면 괜찮겠지.
모건 │하지만 다그다는…… 이런 일에 어울리는 성격이 아니야. 그 아이는……
비나 │어서 가.
ˇ
비나 │후.
비나 │계속해 볼까. 이쪽은 하이디 씨의 지원 물자…… 그리고 이건 자경단이 비밀리에 제조한 무기……
비나 │응?
비나 │가장 아래에 있는 건…… 누가 보낸 거지? 목록에 없는데?
주변을 둘러봐도 물자를 운반하는 파라곤 부대원 이외에 수상해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발송자 불명인 이 물자에 위험 요소는 없는지 경계하며 확인한 다음, 비나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꺼냈다.
그리고는 멍해졌다.

……옷?
이제 막 떠오른 태양 빛이 추위를 약간 머금은 채 옷의 문양을 비추었다……
'빅토리아 가문'. 비나의 일족이다.
비나는 분노를 느꼈다. 누구의 비열한 장난인가?
아니…… 아니다.
그 옷을 만지면서, 비나는 자신이 이런 양식을 본 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옛 빅토리아 왕실의 것이었다.
하지만 이게 왜 지금 여기에 나타났는가? 누군가 이것을 발견해서 내게 보낸 건가?
비나의 머릿속에 있는 건 오직 한 이름뿐이었다.
ˇ
'밀스카' │가자, 슬슬 시간 됐어.
경계하는 용병 │보스, 상황은 어떻습니까?
'밀스카' │파라곤 부대의 장비나 물자는 연합군에 비해 한참 떨어져. 하지만 공작들은 파라곤 부대에게 선봉을 맡길 거야. 아마 많은 희생이 나오겠지……
'밀스카' │……하지만 이건 그들에게 기회이기도 해.
'밀스카' │공작들이 바라는 건 영웅이고, 민중들에게 필요한 것도 영웅이야. 그렇다면 우리가 이 이야기에 색깔을 살짝 더 입혀주면 되지 않을까?
경계하는 용병 │파라곤 부대가 이기는 쪽에 건다 이거군요.
'밀스카' │건다고? 아니지. 성벽 아래의 대전이 끝났을 때 이미 판세는 정해졌어. 지금은 다들 마지막 찬스인 것 마냥 판돈을 늘리고 있을 뿐이야.
경계하는 용병 │흠, 저는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보스를 믿으면 되겠죠.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될까요?
'밀스카' │죽이는 거야.
'밀스카' │결전의 때가 오면, 도시는 혼란에 빠지겠지. 그 틈을 타서 '큰일'을 하려는 사람은 적지 않을 테고. 하지만 다른 사람이 우리 눈앞에서 자꾸 손을 뻗어대는 건 귀찮아.
ˇ
경계하는 용병 │……그런데 보스는 대체 뭘 두고 온 건가요?
'밀스카' │훗, 전설보다 설득력 있는 도구……

"왕실의 옷, 컴버랜드 공작 저택 폐허에서 구해왔지. 그 파라곤 부대의 리더라면 쓸 수 있을 거야."
"선왕의 유품이 고향으로 돌아와 왕의 모습이 되어 마족을 멸한다…… 이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하지만 보스…… 그 사람은 그 이름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요?"
"아직도 흔들리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설득하고 싶다면, 그 이름이 필요하겠지……"
"적어도 지금은."
그 사람은 아직 살아 있지 않을까……
증기 기사가 다시 나타난 그날부터, 비나의 마음속에서는 늘 어떠한 희망이 존재하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도 모두 마음속에 품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비나는 긴장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비나는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
비나 │……메모?
비나 │"네 사이즈에 맞게 고쳤어. 몸에 맞았으면 좋겠는데."

사인은 없다.
하지만 비나는 드디어, 처음으로 확인했다. 알레데일은 아직 살아 있다.
비나 │……
비나 │그 외에 뭐가 더 있나? 이건……
여러 장의 사진. 뒤에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덤으로 네게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증거를 발견했어. 어떤 공작에 관한 거야."
작전 후
혼 │각지에서 도시 방위군에게 들어온 신청 파일을 전부 가져왔습니다.
혼 │의장님, 도시 방위군 순찰대 결성 이후, 저희는 이미 '밀스카' 및 그 부하 관련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2백 건 이상의 안건을 받았습니다.
혼 │의회가 새로 개정한 법률 규정에 대해, 이를 위반한 혐의가 있는 '밀스카'의 죄는 전부 입증되었습니다.
난폭한 의원 │그럼 뭘 기다리는 겁니까?! 놈들은 이미 우리 걸림돌이 되어버린 존재란 말입니다. 의회에서 직접 명령을 내려서 궤멸시키면 되지 않습니까!
비나 │너희 상황은 알고 있다. 피스트와 락락이 이미 보고 왔지.
비나 │나 역시 도시 재건의 진척을 늦추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의회가 그런 식으로 움직일 수는 없어.
비나 │……엘사 자작, 할 말이 있다면 하시길.
신중한 의원 │'밀스카' 일당의 행위에 시비를 가릴 필요가 있다는 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그자들이 제공하는 약이, 어디서도 약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일시적으로 안정시키는 건 사실입니다……
분노한 의원 │헛소리 마라!
분노한 의원 │그놈들이 뿌리는 건 약이지만 대가로 받아가는 건 목숨이라고!
혼 │알렌 의원, 자리로 돌아가십시오. 여기는 의회입니다!
혼 │엘사 자작, 그들은 전쟁통에 남겨진 지하 참호에 숨어 오랜 기간 수사망을 피하고 있습니다.
혼 │그들이 의도적으로 거점을 분산시키고 있는 것 외에도, 수사망을 피하게 도와주는 자가 의회에 있다는 증거도 있습니다.
혼 │이에 관해서도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만?
신중한 의원 │스카만드로스 중위는 런디니움 도시 방위군을 대표해서 우리에게 조사 협력을 요청하는 겁니까?
신중한 의원 │당연하지만, 우리는 시민들을 위해 가능한 신속하게 '밀스카'의 위협을 제거한느 안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습니다. 캐스터 공작 각하께 연락해 런디니움으로 일손을 보내드릴 수도 있습니다……
비나 │엘사 자작, 드디어 캐스터가 의회에 도움의 손길을 뻗어 주었으니, 다른 공작들에게도 지원을 제공해 줄 수 있는지 물어봐도 문제없겠지?
비나 │헥터 남작, 기드온 자작, 허먼 의사, 그리고 어윈 학사. 여러분도 '이렇게 된 김에' 다른 공작들에게 연락해 주지 않겠나?
군중 속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던 의원들은, 다소 허둥대면서도 웃으면서 일어나 비나에게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금 전까지 의회실을 떠돌던 논쟁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다.
비나 │지금부터 '밀스카' 문제에 관해서는, 의회가 의원을 선출한 다음 특별 임시 법정을 설치해 즉각 처리한다. 물론 '밀스카'가 스스로 변호할 권리를 인정한다.
좌석에서는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반대하는 자는 없다.
의석에서 들리는 소리 │재판이라고는 해도…… 그 여자가 대놓고 여기 나타날 리는 없지 않습니까?
비나 │만약 나타나지 않으면 변호 기회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때는 임시 법정이 공정한 판결을 내리겠지.
비나 │그리고 혼 씨, 도시 방위군 순찰대에 연락해서, 도시 전체를 뒤져 '밀스카'를 찾아낸 다음 의회실로 데려오라고 전해 주지 않겠나.
비나 │오늘 의회 시간이 끝나기 전까지…… 아직 2시간 남았군. 나는 여기서 기다리겠다.
ˇ
델핀 │비나 씨, 집무실에서 좀 쉬는 게 좋겠어. 상태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아.
델핀 │만약 그 여자가 오면 내가 알려 줄……
비나 │여기서 기다리겠다고 했을 텐데!
델핀 │……알았어.
비나 │미안하다. 나는 그저, 그저 조금……
델핀 │알고 있어.
비나 │정말로 이해가 안 돼서 말이지. 치료가 필요한 감염자, 물자 부족, 도시 재건, 질서 회복. 해야 할 더 중요한 일들이 있는데……
비나 │확인해야 하는 중요한 건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매일같이 내 책상에 밀려 들어오고 있는데.
비나 │저들은 반대 의견도 없는 논의를 하루 종일 좋다고 떠들어대고 있고…… 하아……
비나 │나는 아직 잘하고 있는 것 같지가 않아.
델핀 │비나 씨, 우리 인원과 도시 방위군이 총력을 기울여 그 여자를 수색하면 도망칠 방법이 없을 거라고 전에 내가 말했지. 하지만 당시에 당신은 그걸 거부했고.
비나 │우리 일손은 충분하지 않아. 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해결해야 하는 도시의 다른 문제를 무시해야 하지……
델핀 │그럼 왜 이제 와서 잘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야?
델핀 │당신이 이동도시 전체를 끌고 갈 필요는 없어. 이동도시를 움직이는 건 아래에 있는 캐터필러니까.
델핀 │그리고 당신도 소위 말하는 가장 완벽한 리더나, 모든 문제를 당연하게 해결하는 사람이 될 의무도 없지.
델핀 │그리고…… '밀스카', 데모, 약품 부족, 최근 일어난 수많은 일의 배후에는 모두 공작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어.
비나 │분명 '밀스카' 건에는 캐스터의 압력이 들어갔을 것이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결국 결과는 필요해. '밀스카'는…… 이미 선을 넘었어.
델핀 │하지만 그 여자를 체포하는 건 확실히 어려워. 인드라 씨와 다그다 씨 말로는 이상한 뱀파이어와도 연관이 있다는 것 같아.
비나 │델핀…… 만약 '밀스카'가 오지 않는다면……
델핀 │왔으면 좋겠어, 비나 씨?
ˇ
'밀스카'의 은신처
1098년 12월 15일 5:17 P.M.
당황한 여성 │왜 눈까지 가리는 거야…… 남편 빚은 이미 갚았을 텐데?
평온한 용병 │확실히 당신은 신용을 중시하는 사람입니다.
평온한 용병 │미키 로빈슨의 빚은 확실히 갚았습니다. 아, 보스께서 유감의 뜻을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남편분은 살아생전, 분명히 이 도시에 둘도 없는 공헌을 했습니다.
당황한 여성 │…… 그럼 이제 가도 될까?
평온한 용병 │물론입니다. 당신의 빚을 다 갚는다면요.
평온한 용병 │계약은 두 개. 하나는 남편분이 서명한 것, 즉 이미 갚은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남편분을 대신해 서명하신 것 아닌지?
당황한 여성 │하지만 그이는 이제 없잖아!
평온한 용병 │분명 사람은 없지만 약은 아직 있지요? 받으시죠. 그러면 지금부터 청구서에 관해 얘기해도 되겠습니까?
평온한 용병 │물론, 후불이라도……
어둠 속의 인물 │후불 안 받아.
평온한 용병 │앗, 보스. 언제부터 바뀌었습니까?
어둠 속의 인물 │방금. 그 여자는 '휴식'시키러 데려가.
평온한 용병 │……알겠습니다. 그다음에는요?
어둠 속의 인물 │시네셀드로 보내야지. 그 의원님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잖아?
ˇ
시네셀드 의회실
1098년 12월 15일 5:58 P.M.
델핀 │비켜 주십시오! 의사를 방해하지 마세요!
델핀 │비나 씨, 조사 끝났어. 의회에 실려온 건 노포트 구 출신 로렌스 씨야.
비나 │생명에 위험은?
델핀 │숨은 붙어 있어. 중요한 기관의 상처는 피했지만 출혈이 심해. 손을 쓴 건…… '밀스카' 쪽 사람이야.
델핀 │하지만 역시 정보가 일부 퍼지는 바람에 좋지 않은 영향이 나오고 있어.
델핀 │로렌스 씨의 남편인 미키 로빈슨은 효과적인 치료도 못 받은 상태에서 광석병 급성 발작을 일으켜, 얼마 전 사망했지……
비나 │파라곤 부대의 멤버이기도 해. 우리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지.
비나 │이게 그 여자의 대답이군.
비나 │델핀, 도시 방위군 의료 캠프까지 로렌스 씨를 보호해 줘.
델핀 │비나 씨는?
비나 │……2분 남았어.
비나 │임시 법정의 약속, 그리고 내…… 약속을 지키겠어.
델핀이 신호하자 적극적인 의원 몇 명이 달려와 의식을 잃은 여성을 신중하게 보호하며 의회실을 떠났다. 새로 교체한 의회의 융단이 그 여성의 피로 붉게 물들었다.
두 달 전 이 장소가 아직 분쟁 구역이었을 때, 여기서 피를 흘린 건 살카즈였다.

의회실에 다시 질서가 돌아왔다.
마지막 1분.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두 개의 검은 깃털만이 비나를 응시하고 있는 듯했다.
깃털은 의식이 없던 그 여성의 몸에 떨어져 있던 것이다. 의료 캠프로 이송하는 사람들이 지나가자, 가볍게 흔들리며 다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원래라면 그녀가 서 있어야 했던 곳.
시곗바늘이 6시를 가리켰다.

비나 │……
비나 │의원 여러분, 시간이 됐다. '밀스카'는 스스로 변호할 권리를 포기했기에, 법에 따라 처분하도록 하겠다.
비나 │런디니움 의회 현 의장, 비나 빅토리아가 의회를 대표해 특별 지명 수배 영장을 발부한다……
비나 │생사 불문, '밀스카'를 지명 수배하고, 도시 방위군 순찰대는 '밀스카' 관계자를 총력을 기울여 소탕한다.
비나 │이 명령은 지금 이 순간부터 유효하다.
비나 │또한, 의회가 이미 공개한 도시 안전에 관한 법안 이행을 가속화하겠다는 뜻을 도시 전체에 알려라.
비나 │의회를 대표해 모든 런디니움 시민에게 약속한다. 새 경찰 부서는 한 달 이내에 최종적으로 재편을 완료할 것이고, 그때를 기해 런디니웅의 야간 통행금지령을 전면 해제한다.
비나 │그리고 임시 법정은 두 달 이내에 인원 이동과 임용을 완료하고, 런디니움 시 법원을 정식 명칭으로 이름을 바꿀 것이다.
비나 │재판소는 전쟁 종결 이후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미처리 사항의 심리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이다.
비나 │모든 사람이 공정한 취급을 받을 것을 나와 의회가 보증한다.
비나 │그자가 한때 무언가의 이유로 우대를 받았든 아니든……
비나 │법률은 모든 자를 평등하게 대할 것이다.
- 비나, 넌 어떤 리더가 되고 싶어?
비나 │나는…… 모르겠어, 박사.
비나 │음, 하지만 적어도 뭐가 옳고 그른지는 알아둬야 하겠지?
- 하지만 때때로 옳고 그름은 입장에 따라 바뀌기도 해.
비나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 너를 미워하는 사람을 받아들여. 그자들이 깨닫게 해 줄 거야.
▶- 네가 믿는 올바른 신념을 관철해. 그게 고독을 이겨 내려는 너와 함께해 줄 거야.
- 이건 떠난 지 얼마 안 된 친구한테서 배운 것이기도 해.
비나 │……
ˇ
통신기에서 들리는 소리 │『여기는 백파이프. T-11, T-32 구역 소탕 임무 완료. 하지만 '밀스카'는 못 찾았다니.』
통신기에서 들리는 소리 │『거기 상황은 어떠나?』
통신기에서 들리는 소리 │『대장, C-11과 C-20 임무는 잘 진행됐지만, '밀스카'는 보이지 않습니다.』
통신기에서 들리는 소리 │『L-10 구역 상황은? 왜 여태까지 보고가 없나?』
통신기에서 들리는 소리 │『몬노, 무슨 일 있나?』
떨리는 목소리의 대원 │대장! 여, 여기는 몬노!
떨리는 목소리의 대원 │저희 소대는 지금 막 L-10 수색을 마쳤습니다. 여기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는 눈앞의 보랏빛 칼날을 보며 간청하듯이 '밀스카'를 바라보았다.
'밀스카' │(끄덕인다)
떨리는 목소리의 대원 │대장, 지, 지금 복귀 준비를 하겠습니다.
통신기에서 들리는 소리 │『몬노, 그짝에 뭐 쓸만한 단서 있더나?』
떨리는 목소리의 대원 │아뇨,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자, 보랏빛 칼도 천천히 내려갔다.
'밀스카' │……
통신기에서 들리는 소리 │『알았다. 그라믄 전에 알려 준 그짝으로 집합해라.』
떨리는 목소리의 대원 │바, 바로 가겠습니다.
'밀스카' │통신기를 내려놔.
떨리는 목소리의 대원 │……네.
그는 그림자 속 '밀스카'를 바라보다가, 자신에게 손을 댈 생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통신기를 내려놓고는 몸을 날려 도망쳤다.
ˇ
런디니움 캐번디시 거리
1098년 12월 15일 9:58 P.M.
'밀스카' │정말 조용하네……
'밀스카' │역시 지하가 더 좋아. 적어도 그곳 소리는……
'밀스카' │훗.
의회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시민을 지키기 위해 야간 통행금지령을 해제하지 않았다.
막 입수한 통신기에서는 순찰대의 최신 정보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도로변의 가게 앞을 '밀스카'가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희미한 빛이 흘러나오는 가게 내부에서 라디오 소리가 들려와, 그녀는 무심코 발걸음을 멈췄다.
희미한 라디오 소리 │……도시의 치안 보장 기능을 회복한 후에 구획별로 야간 통행금지령을 해제하겠다는 의장의 발언에 대해 한스 씨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희미한 라디오 소리 │현재 상황으로 보면 경찰과 재판소를 처음부터 재구축하고 거기에 야간 통행금지령까지 해제하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농담 같군요. 누가 사람을 체포하고 누가 사람을 재판합니까?
희미한 라디오 소리 │한스 씨는 의회를 신용하지 않으신다는 의미인지? 최근 두 달 동안 의회가 남아있던 마족을 소탕한 덕에 많은 시민들이 안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만.
희미한 라디오 소리 │그리고 오늘 도시 전역에서 진행된 지하 세력 소탕 작전도 상당한 효과가 있어서, 오랜 기간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던 잠재적 위협을 또 하나 거의 해결했습니다.
희미한 라디오 소리 │보시다시피 단 3시간 만에 의회에, 특히 그 의장에게 감사를 표하는 시민들의 편지가 수백 통이나 도착했어요.
희미한 라디오 소리 │의장이 착실하게 일을 처리하고, 아주 행동력 있는 리더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에게 언제까지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희미한 라디오 소리 │몇 달 지나지 않아 그 사람도 높으신 엉터리 양반들과 별 차이 없어지겠죠……
'밀스카' │흥.
호화로운 차 한 대가 천천히 다가와 옆에 멈췄다. 문이 열리자 그곳엔 운전사와…… 낯익은 옷이 보였다.
그녀는 그 옷에 있는 마크를 눈치챘다…… '컴버랜드 가문'.
차 안의 소리 │아직 살아 있었군. 공작 각하께선 네게 아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셨다.
차 안의 소리 │따라서 돌아올 기회를 주기로 하셨지.
'밀스카' │……
'밀스카' │그 사람에게 전해. 컴버랜드는 죽었다고.
'밀스카' │죽은 사람은 또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
차 안의 소리 │……
문이 닫히고 차는 천천히 멀어지며 길 끝으로 사라졌다.
'밀스카' │*빅토리아 비속어*…… 이제 나를 죽이려고 하는 사람이 너뿐만은 아닌 것 같아, 비나.
'밀스카' │다른 사람에게 선수를 뺏기지 말라고……
그녀는 말없이 거리의 그림자 속으로 걸어가 밤의 장막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밀스카' │하지만 적어도 더 많은 사람들이, 너라면 지금 가장 귀중한 것……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다고 믿겠지.
'밀스카' │알렉산드리나, 내 마지막 선물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
'밀스카' │앞으로는 더 이상 너에게 빚질 건 없을 거야.
성왕궁 서쪽 회당에 주둔한 나흐체러르릐 진지를 공격하기 전, 모두의 사기는 이 이상 없을 정도로 높아져 있었다. 하지만, 도시 내부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들은 살카즈 통치하에서 너무 오래 생활한 탓에, 자신들에게 저항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었다. 그 때문에, 아직 싸울 힘이 남아있는 시민을 우리 부대에 참가시키기 위해 다그다와 함께 설득했지만 효과가 거의 없었다……
그 상황은 비나가 나타난 다음에야 겨우 뒤집혔다.
하지만 비나는 내가 지금까지 상상도 못 했던 옷…… 왕실의 옷을 입고 있었다. 누구에게 받았는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다들 짚이는 데가 있었다.
알레데일.
나는 너무 놀라 다그다를 돌아보았다. 다그다는 명백하게 떨림을 억누르고 있었다.
열광한 사람들이 도로를 오갔고, 점점 많은 사람이 몰려와 우리를 따르기 시작했다.
비나는 그들에게 둘러싸여 나에게서 멀어져 갔다.
"알렉산드리나 전하께서 돌아오셨다. 전하께서 백성을 이끌고 살카즈를 축출해 고향을 되찾아 주실 것이다!"
런디니움 캐번디시 거리
1098년 9월 30일 9:22 P.M.
델핀 │……이 제안은 분명히 거부할 줄 알았는데.
비나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마지막 싸움에서 이기는 거야. 우선순위는 분간하고 있어.
델핀 │그러면, 그 컴버랜드 공작의 딸은 확실히 살아있는 거야?
비나 │그러길 바라지.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사람에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
델핀 │그럼 비나 씨는? 이 옷을 입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어?
비나 │알고 있어. 하지만 내겐 줄곧 선택지가 있었지. 아닌가?
비나는 델핀과 함께 혼잡한 군중 속에서 빠져나왔다. 다들 그녀에게 경의를 표했다.
비나 │……하지만 이건 못 견디겠군……
비나 │음……?
비나는 끊임없이 몰려드는 병사와 시민 속에서 어떤 모습을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델핀 │왜 그래?
비나 │……아무것도 아니야. 부대를 정비해. 슬슬 끝낼 때야.
"비나, 너와 네 부대라면 반드시 이길 거라고 믿어. 너에게 준 선물…… 원래는 네 것이었던 옷도 네 마지막 승리를 위한 장식에 불과해."
"아쉬운 건 이 승리 속에 더는 네 옆에 내 자리가 없다는 거야. 이건 내 결단이기도 해."
"하지만 이 엉터리 같은 전쟁이 끝나야 진정한 네 이야기가 시작될 거야. 그때 너는 더 이상 승리를 거듭하던 전설적인 존재는 아니겠지."
"빅토리아는 쉽게 바꿀 수 없어. 설령 그게 너라고 해도."
"……아니, 과거의 나라면 혹시 정말로 기뻐하며 믿었을지도 모르겠네……"
"잘 있어, 비나…… 안녕."

'Arknights-Event > [E]위대한 서곡의 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위대한 서곡의 끝] GO-5 고철과 리벳 (0) | 2026.03.05 |
|---|---|
| [위대한 서곡의 끝] GO-4 알코올과 플라시보 (0) | 2026.03.05 |
| [위대한 서곡의 끝] GO-2 고질병의 굴레 (0) | 2026.02.26 |
| [위대한 서곡의 끝] GO-1 증오의 잔재 (0) | 2026.02.26 |
| [위대한 서곡의 끝] GO-ST-1 역사의 항로 (0) | 2026.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