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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knights-Event/[S]허락받지 못한 땅

[허락받지 못한 땅] UR-2 난입자

'프로펠러 파라다이스'는 모든 '사고'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단, 그것들이 풍성한 연구 성과를 가져오고, 그것들이 컬럼비아에서온 것이라면.

 

 

작전 전

 

오클리? │형씨, 이름이 그렇게 마음에 들면 그냥 가져다 써도 돼. 그렇다고 남의 경력까지 훔칠 필요는 없잖아!

오클리!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그 자료와 이력서, 전부 내가 직접 쓴 거야!

오클리? │그럼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그대로 읊어볼래?

오클리! │그…… 그건 내가 1년 전에 쓴 건데, 그걸 어떻게 한 글자도 안 틀리고 읊을 수 있겠어!

오클리? │"오클리, 벙커힐 출신, 트리마운츠 인문대학 졸업. 특별구 컨벤션 센터에서 인류 발전 및 기술 헉신 부서의 전담 해설원으로 근무……"

오클리? │참나, '헉신'은 무슨, 혁신이겠지.

오클리! │너 이 자식! 이런 젠장! 내가 단말기랑 이력서만 잃어버리지 않았어도!!!

고든 │……

 

고든은 이렇게까지 머리가 아픈 적이 없었다.

자료를 다시 확인한 그는 입사 절차에 허점이 있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이 여자가 도대체 왜 해설원을 사칭한 걸까?

설마 라이타니엔에서 기술력을 염탐하려고 보낸 스파이인가? 아니면, 국방부의 명령을 직접 받는 정보원? 그것도 아니면, 특별구 정부가 자신 곁에 심어둔 감시자?

이 가짜 해설원은 프리뷰에서 이미 대다수의 기업과 접촉한 상태였기에, 지금 그녀를 처리한다는 건 곧 자신의 실책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더 심각한 건, 고든은 그녀가 얼마나 많은 정보를 캐갔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그 정보가 자신에게 얼마나 불리한지, 나아가 컬럼비아 전체에 불리한지조차도 알 수 없었다……

 

고든은 더 이상 생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고든 │……

오클리? │……말할 때 눈빛도 불안하고, 말도 앞뒤가 안 맞고, 목소리도 떨고 있잖아.

오클리? │총장의 안목이라면 이런 '오클리'를 홍보 담당으로 뽑았을 리 없지 않을까?

오클리! │총장님을 끌어들이지 마! 미리 말해두는데……

고든 │둘 다 그만!

오클리? │……

오클리! │……

머시아 │자, '미스터' 오클리, 진정하세요. 자, 우선 귀빈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오클리? │고든 장관, 나는……

고든 │잘 들어. 방금 이 파크에서의 네 행동 기록을 전부 받았어. 네 정체를 파헤치는 것도 시간문제야.

고든 │한 번만 더 거짓말을 지껄였다간, 즉시 600미터 상공에서 던져버리겠어. 네가 뭐가 됐든, 결국은 땅에 달라붙은 찰흙이 된다 이 말이야. 알아들었어?

고든 │말해. 누구냐, 넌.

오클리? │……해설원……

고든 │근성은 있군.

오클리? │여, 여행 갈 때 필요한 그런 해설원!

펀 │이름은 펀, 여행…… 가이드야.

 

 

ˇ

머시아 │오클리 씨, 정말 죄송합니다. 고든 장관님께서 반드시 이 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납득할 만한 답변을 드릴 겁니다.

오클리 │저를 믿어주시는 건가요?

머시아 │물론입니다. 필요한 게 있으시면 이 단말기로 연락하시면 돼요. 그럼 방해하지 않을 테니, 편히 쉬고 계세요.

오클리 │알겠습니다.

ˇ

머시아 │해결 완료.

머시아 │분위기를 살피고 상사가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대비한다……

머시아 │이 또한 비서 수칙이지.

 

 

ˇ

고든 │그러니까, 1달 전에 오클리가 실연하고 술에 잔뜩 취해서 네게 연락처를 준다는 게 실수로 해설원 이력서를 보냈고, 그 덕분에 네가 오클리의 신분으로 사람을 데리고 내 파크에 숨어들었다?

펀 │응.

고든 │네 손님은 늙은 밴시인데, 어떻게 된 건지 죽음의 황무지에서 길을 잃었고, 기억도 가물가물해서 의사소통이 힘들었다?

펀 │맞아.

고든 │그 사람이 병에 걸렸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순조로운 여행을 위해 해설원 신분을 빌려 다른 사람에게 해결책을 물어봐야 했고, 그래서 행적이 수상해 보였다?

펀 │아주 정확해!

고든 │너는 이 파크에서 1달 동안 지냈으니 이곳이 얼마나 특수한 곳인지는 이미 알고 있겠지. 만약 네가 다른 나라에서 온 스파이라면, 군은 너를 고문할 것이고, 너는 더 이상 집으로 돌아갈 수 없어.

고든 │만약 네가 국방부 소속 정보원이라면, 특별구 정부는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들은 더 많은 발언권을 확보하기 위해 진실을 왜곡하고 너를 강제 추방할 수도 있어.

고든 │만약 네가 특별구 정부가 심은 감시자라면, 넌 이미 너무 많은 걸 알아버렸기에, 내가 관리국에서 배워온 수많은 수단으로 너를 강제 '기억 상실'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어.

펀 │……

고든 │하지만 만약, 네가 그저 관광객을 챙기려던 가이드, 착한 사람이라면……

고든 │컬럼비아는 착한 사람을 절대 외면하지 않아.

펀 │장관…… 정말 내 책임을 묻지 않는 거야?

고든 │솔직히 나도 묻고 싶어. 하지만 네가 프리뷰에서 보여준 모습 때문에 너를 눈여겨보고 있는 회사 대표들이 많아. 그쪽에서 네 정체를 파헤치기 전에 당장 네 문제를 해결하고, 여기서 꺼져.

고든 │네가 여기 오래 머물수록, 네가 사칭한 그 재수 없는 놈에게 지불하는 내 보상금만 더 많아져. 만약 네가 그 밴시 손님을 제정신으로 돌려놓고 싶다면, 내가 도와줄 수는 있어.

펀 │밴시에 대해 아는 게 있어?

고든 │내가 아는 건 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야.

 

 

ˇ

내스티 │부유 플랜터 유닛에 접속 시작.

선임 연구원 │구동 장치가 생체 전기 신호를 받았어요. 지금 충전 중이에요.

선임 연구원 │후우…… 지금까지의 실험 중에서 가장 순조로운 것 같은데요?

내스티 │아니야, 이 소리는…… 회로 차단 보호장치가 자동으로 작동했어.

내스티 │(살카즈어) 해리하라.

내스티 │(살카즈어) 해리하라!

내스티 │쳇.

선임 연구원 │주임님, 과부하 된 에너지 전환기를 맨손으로 만지면 어떡해요!

내스티 │그게 내 주문보다 효과적이니까, 파라미터는?

선임 연구원 │이번 전시회에서 공개될 성과로만 본다면, 식물을 활용한 공중 에너지 전송 기술은 이미 상당히 성숙한 단계예요. 하지만 프로젝트에 대한 주임님의 기대치를 충족하려면……

내스티 │아직 부족해. 부유 플랜터 유닛의 에너지 수송 임계치가 초기 이론값에 못 미치고 있으니까.

선임 연구원 │주임님이 그 불같은 포르테 녀석 앞에서도 그렇게 말했으면, 그 녀석이 하루 종일 씩씩거리지는 않았을 텐데요……

내스티 │스카이가 경험이 부족한 건 맞지만, 한 가지 제대로 말한 것도 있어…… 이 생태원은 크리스틴이 남긴 유산이야. 우리는 반드시 최선을 다해야 해.

선임 연구원 │하아, 5년 전에 함께 지하에서 에너지 우물을 만들 때도 주임님의 그 고집은 여전했죠.

선임 연구원 │구조의 강도를 보강하기 위해, 밤낮없이 수만 개의 핵심 건조 자재에 주문을 걸었잖아요. 주임님이 가장 좋아하는 지렁이 젤리로 유혹해도 소용이 없더군요.

내스티 │낚시는 설리건 호수에 가서 해. 네 휴가 신청을 내가 승인해 준다면 말이야.

선임 연구원 │……

내스티 │게다가, 애초에 난 효율이 낮으니까 밤새워 일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주문을 너무 늦게 배웠던 탓에, 목소리만을 매개체로 삼으면, 내 주문의 정확도나 강도 전부 동족에 비해 떨어져.

선임 연구원 │그래서 직접 골필을 개조하고, 펀칭지를 주문의 보조 매개체로 쓴 거군요?

내스티 │맞아, 정말 많이도 돌아왔지.

 

내스티는 골필을 꺼내 들었다. 아무런 장식도 없는 골필은 마치 라인 랩에서 만든 새로운 기술 산물 같았다.

그녀가 골필을 생태원에서 키운 묘목에 꽂자, 하얀 형광빛이 뿌리에서부터 피어올라 잎맥을 따라 모든 잎으로 흘러들었다.

그 순간, 생태원 전체가 어떤 명령이라도 받은 듯, 단말 프로그램이 작동되더니 식물 에너지의 전환 데이터를 자동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선임 연구원 │주임님에게 주문은 정말 고효율 프로그래밍 언어나 다름없네요……

내스티 │직즘처럼 실험이 정체기일 때, 우리도 다소 모험적이지만 더 효율적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어.

선임 연구원 │주임님, 그 말은……

내스티 │보고서를 다시 확인해 줘, 수고해.

선임 연구원 │네.

*전화음 소리*

내스티 │네, 라인 랩 생태연구원입니다.

머시아 │『내스티 주임님, 안녕하세요. 고든 장관님께서 감사 인사를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지난번 협력이 성사된 건 전적으로 주임님께서 베풀어주신 인정 덕분이라고 하십니다.』

머시아 │『다만, 협의 사안에 관해 몇 가지 후속 사항이 있다고 하시는데, 혹시 오늘 오후에 시간 괜찮으실까요?』

내스티 │응.

머시아 │『다행이네요. 그럼 1시간 뒤에 생태원에서 뵙겠습니다.』

내스티 │……

 

 

ˇ

애스펜 │케이블카 타고, 플라잉 도넛 역에서 내려 원형 터널을 따라가면……

애스펜 │여기가 맞나? 엄청 어두운데, 불은 어디에……

애스펜 │세상에…… 여, 여긴 대체 뭐 하는 곳이야!

정체불명의 피조물 │침입자 발견, 침입자 발견!

정체불명의 피조물 │생체 스캔 가동. 기초 정보 판독: 테라인, 남성, 위험 등급 판정 대기.

애스펜 │마…… 말하는 린수?

우주 린수 │주제도 모르는 테라인, 말조심해라! 나는 우주 린수 054다. 당장 네 우주 신분 식별코드를 말해라.

애스펜 │신분 식별코드……?

우주 린수 │(작은 소리로) 그쪽 회사 이름 말이에요.

애스펜 │아아, 럭키 치스티비스트 외식업…… 입니다.

우주 린수 │흥, 네가 바로 '하늘 정복자'가 마중하라 명령한 그 협력자인가? 아쉽게도 내 레이저포 위력은 다음에 시험해 봐야겠군.

우주 린수 │(작은 목소리로) 아무것도 만지지 마세요, 장관님이 곧 오실 겁니다.

애스펜 │장관님?

 

고든 │054, 다음부턴 손님에게 설명할 때도 테라 밖 생물의 방식으로 말해.

우주 린수 │알겠습니다.

애스펜 │고, 고든 장관님?!

고든 │조용…… 호들갑 떨지 마. 전 테라 유일무이의 이색 보물 소장실에 들어왔으면, 먼저 눈으로 감탄하는 게 예의지.

고든 │오른쪽 벽을 봐봐. 5년 전, 불법 월경을 시도하던 개척자의 소유물을 압수할 때, 그 녀석의 이동식 판잣집에서 특수 설계된 정수 순환 시스템을 발견했지.

고든 │죗값 대신 그 녀석이 몰래 핵심 부품을 구해 내게 넘겼어. 조립해 보니 그건 '주술 급류 초점', 살카즈의 주술 무기였지.

애스펜 │세상에, 그건 위험한 물건 아닌가요……

고든 │뒤 돌아봐. 이건 라이타니엔의 트라이던트 아츠 유닛이야. 한 위치킹 잔당이 오리지늄 아츠의 출력 강돌르 높여, 시공을 찢고 그들의 왕을 불러내려 했지.

고든 │시공을 찢는다는 건 너무 허황된 얘기지만, 그 에너지 전환 효율은 이 파크의 규정치를 무려 50배나 초과했어. 이걸로 아츠를 쓰면 양파도 띄울 수 있지.

애스펜 │잠깐만요, 그럼 '싱글 부츠'의 기술 문제를 해결한 방법이라는 게…… 설마 그들에게 금지품을 제공해 줬다는 건가요?

고든 │금지품? '컬럼비아산 부품만 사용 가능'이라는 내용은, 꽉 틀어막힌 관리국이 '프로페럴 파라다이스'에 내린 새 규칙일 뿐이야!

고든 │나는 그걸 이해할 수 없고, 그 속내를 추측하고 싶지도 않아. 내가 아는 건, 컬럼비아의 진취 정신에 전혀 맞지 않는 그런 규칙들은 과학자들의 손발을 옭아매고 기업가들을 거짓말하게 만든다는 사실 뿐이야!

고든 │결과는 어땠을까? 테라 각지의 발명품들을 사이언스 파크로 들여와, 전체 부유 시설의 3분의 1에 심장을 달아준 건 결국 관리국 말단 직원이었어.

애스펜 │3분의 1…… 그럼 장관님이 지금까지 수백 번이나 밀반입하고, 단 한 번도 발각되지 않았다는 말입니까?

고든 │내 관리하에서 모든 거래, 모든 과정이 놀라울 만큼 술술 풀렸어. 내 옆에 항상 붙어 있는 비서 머시조차 내 '비밀'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

애스펜 │고든 장관님,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고든 │잘 생각해, '럭키 치스티비스트'의 수명은 이제 하루 남았으니까, 게다가 나는 다른 업무로 바빠서 네게 줄 수 있는 시간은…… 음, 5초뿐이군.

고든 │말해 봐, '럭키 치스티비스트'에 금지된 심장이라도 이식할 건가? 아니면 너랑 상관도 없는 그 따분한 규칙을 위해 죽을 건가?

 

 

작전 후

 

펀 │어마, 이쪽이 바로 라인 랩 최연소 주임이자, 크리스틴의 오른팔이었으며, 생태원과 사이언스 파크 엔지니어링부를 모두 책임지고 있는 내스티 주임인가?

내스티 │……머시아, 이게 네가 말한 '후속 사항'이야?

머시아 │어, 그렇습니다. 해설원이 있으면 엔지니어링부의 소통 효율도 올라가고, 라인 랩 생태원 홍보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더 이상 프리뷰 때처럼 냉대받을 일도 없고요.

내스티 │……

펀 │내스티 주임, 파크 상공에 더 있는 플랜터 유닛은 프로펠러 없이 주문을 이용해 양력을 생성한 거라던데, 정말이야?

내스티 │전부 그렇진 않아. 목소리를 매개로 하지 않았을 경우, 주문은 기계와 결합해야만 동력이 유지되니까.

펀 │그렇다면 주임한테는 골필이 아주 중요한 도구겠네. 설마 잃어버리면 큰일 나는 거야? 예를 들면, 병에 걸린다든가, 기억상실에 걸린다든가?

내스티 │나한테 골필은 그저 도구일 뿐…… 신체에 영향을 주진 않아.

펀 │그럼 평소 업무 외 시간에는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거나 머리를 식히는 거야?

내스티 │……

펀 │깃뿔 케어 풀세트가 도움이 돼? 혹시 추천하는 브랜드가 있어? 아, 제품 효과 확인을 위해 내가 뿔을 살짝 만져봐도……

내스티 │해설원, 지금 한 질문은 우리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어. 생태원을 안내할 연구원을 붙여주지. 너의 질문에 대답해 줄 거다.

펀 │하지만……

내스티 │머시아와 단둘이 확인할 일이 좀 있어.

 

ˇ

내스티 │고든이 또 뭘 하려는 속셈이지?

머시아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장관님도 라인 랩의 현재 처지에 일부 동종 업계 사람들이 끝없이 욕심을 부릴 거라는 것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것 때문에 점검 작업에 차질이 생기면 득보다 실이 큽니다.

머시아 │그분은 그냥 걱정하고 있을 뿐이에요.

내스티 │그 녀석이 입은 그 값비싼 양복은 양심과 맞바꾼 대가라고 생각했는데.

머시아 │……

내스티 │게다가, 저 해설원이 저렇게 엉뚱한 질문만 늘어놓는 걸 보면, 애초에 목적이 따로 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아.

내스티 │네 상사를 옹호해야 한다는 건 이해해. 그러니까 굳이 질책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내 앞에서는 사실대로 말해도 상관없다는 걸 너도 잘 알 거야.

머시아 │……저도 이번 일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고든 장관님이 주임님께 일부러 그러는 건 절대 아닐 거예요.

내스티 │근거는?

머시아 │내스티 주임님, 저희가 합의를 막 끝낸 상황에서 이렇게 바로 주임님을 다시 압박할 이유는 없어요.

머시아 │만약 장관님께 정말 다른 목적이 있다면, 평소 신중한 그분 성격상 반드시 계획을 저한테 상세하게 설명해 그 어떤 차질도 없게 했을 거예요. 그게 아니라면……

내스티 │다른 비밀을 숨기고 있는 거겠지.

머시아 │……

머시아 │사실 장관님은 매일 몇 시간씩 사무 구역에서 사라집니다. 처음엔 단순히 투자 회의차 고객을 만나러 간 줄 알았어요.

머시아 │며칠 전, 한 투자자와 얘기를 나눴는데, 그분은 장관님이 단 한 번의 협상으로 모든 계약을 끝냈다며 장관님을 칭찬했거든요.

머시아 │그런데 제 기억으로는 분명 장관님게서 그 투자자와의 협상이 순조롭지 않아,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머시아 │저기, 내스티 주임님, 왜 그런 눈으로 저를 보고 계세요?

내스티 │너, 비서의 첫 번째 수칙을 어겼어.

머시아 │앗!

내스티 │그리고 방금 단서를 정리할 때도 전만큼 긴장한 것처럼 보이진 않아.

머시아 │……그, 그런가요?

머시아 │수칙대로라면 저는 귀와 입을 닫고, 오직 상사를 위해 말했어야 했는데, 지금은 그분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 │내 이야기를 하고 있었나?

머시아 │!!

고든 │둘이 이렇게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기쁘군. 머시처럼 말주변 없는 친구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몰라서, 친구도 못 사귈 줄 알았는데.

머시아 │고든 장관님, 저……

내스티 │그것도 비서 수칙 중 하나인가?

고든 │하하, 내스티 주임, 농담을 참 잘하네.

내스티 │농담이나 들으러 온 건 아니길 바랄게. 나는 그런 쪽엔 서툴러서 말이야.

고든 │사과하러 왔어.

고든 │전시회 참가 프로젝트도 챙겨야 하고, 수만 건의 전시품도 점검해야 하고, 고생이 아주 많다는 걸 알아. 그래서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군.

내스티 │네가 보낸 그 해설원, 정말 '프로페셔널'하더군.

고든 │존경하는 대상을 만나면, 누구라도 긴장하기 마련이지.

내스티 │나한테 그런 '팬'이 있었다니, 금시초문이군.

고든 │아마 수줍음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고든 │의심받지 않으려고, 둘이 일부러 그랬거나.

내스티 │무슨 뜻이야?

고든 │머시, 그 해설원을 데려와. 내스티 주임에게 확인하고 싶은 게 몇 가지 있으니.

머시아 │장관님, 해설원이…… 사라졌어요!

고든 │뭐라고……?!

연구원 │내스티 주임님! 모든 식물의 영양 공급이 끊겼습니다! 그런데 메인 컨트롤 프로그램에는 에러가 없고, 중앙 제어 컴퓨터의 하드웨어에도 아무런 손상 흔적이 없어요. 마치……

내스티 │통제하던 명령이 전부 취소된 것처럼.

연구원 │맞아요. 실험 식물에 영양분을 공급하던 에너지 전환기가 역으로 작동하고 있어요. 빨리 명령을 복구하지 않으면, 이 식물들은 몇 분 내로 다 죽고 말 거예요!!!

내스티 │늦었어, 벌써 시들기 시작했어.

 

우선은 잎사귀, 이어서 나뭇가지, 그리고 나무 전체에…… 짙은 녹음이 불과 몇 초 만에 생태 실험용 벽에서부터 무심하게 떨어져 나갔다.

사람들은 걸음을 멈춘 채, 눈앞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재난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 움츠러든 마른 뼈 같은 가지나 잎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절망으로 내몰린 건 식물들만이 아니었다.

 

연구원 │다들 뭐 하고 있어요! 전시회에 내보낼 실험종부터 빨리 옮겨 심어요! 저게 우리가 가진 마지막 묘목……

고든 │모두 멈춰!

연구원 │뭐……

고든 │지금부터 파크 경비대가 라인 랩의 생태원 관할권을 이어받아, 전면적인 사고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증거 확보가 끝날 때까진 아무도 설비에 접근할 수 없다!

고든 │경비대.

사이언스 파크 경비대 │네.

고든 │생태원을 봉쇄하라.

사이언스 파크 경비대 │알겠습니다.

고든 │미안하게 됐군, 내스티 주임. 너희들의 실험 성과가 이렇게 물거품이 된 건 나도 가슴 아프지만, 파크의 안전을 위해서 난 이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어.

고든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연구원 전원을 실험실에서 철수시켜. 점검 작업도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내스티 │저 경비들은 언제부터 문 앞에 대기하고 있었지? 경보가 울리기 전? 아니면, 울린 후?

고든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

내스티 │연구원들이라면 돌려보낼 수 있어, 하지만 나는 여기 남겠어.

내스티 │고든, 참 절묘한 타이밍에 왔네.

고든 │……

 

 

ˇ

펀 │허억…… 허억……

펀 │다행이다…… 그 사람들…… 쫓아오진 않았네……

펀 │고든 장관, 원래는 생태원에서 합류하기로 했지만, 약속을 어겨서 미안해.

펀 │아무래도, 내가 그 밴시를 도울 수 있는 물건을 찾은 것 같아……

 

펀이 꼭 쥐고 있던 오른손을 펴자, 새하얀 물체가 그녀의 손바닥 위에 드러났다.

10분 전, 그녀는 생태원을 둘러보며, 연로한 밴시가 제정신을 되찾도록 도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있었다.

밴시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 본능을 자극할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그 순간, 마치 운명처럼 나무에 꽂혀 있던 작은 물체 하나가 펀의 눈에 들어왔다.

난해한 기호가 새겨진 그 희뿌연 '짧은 가지'에서 심전도의 파동 같은 무늬가 은은하게 빛나며, 그녀는 저항할 수 없는 이끌림을 느꼈다.

펀은 비슷한 기호나 문양을 본 적이 있었다…… 이것은 밴시의 골필이었다.

 

펀 │내스티 주임, 미안. 이 골필, 잠시만 빌릴게. 손님이 건강만 되찾으면 바로 돌려줄게.

ˇ

펀 │안녕, 내 친애하는 손님. 종일 방에 틀어박혀 있어서 답답했지? 내가 손님의 기억을 되돌릴 방법을 찾았……

펀 │어라…… 손님?

 

방안은 텅 비어 있었고, 침대 시트의 구겨진 자국만이 누군가 있었음을 말해 주었다.

활짝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불어왔고, 창틀 위에는 검은 깃뿔의 파편이 바람결에 흔들리고 있었다.

 

펀 │손님이…… 사라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