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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knights-Event/[S]허락받지 못한 땅

[허락받지 못한 땅] UR-3 추락 보호

최신형 비행체가 조종하기 까다롭다고? 몇 번 더 떨어뜨려 보라. 그러면 제조사가 당신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문제가 제조사를 해결할 것이다.

 

 

작전 전

 

베일라 │대접해 줘서 고마워.

 

가고일 │천만에. 요즘 같은 때에 벤시를 만나기 쉽지 않은데, 오히려 내가 더 기쁘지.

베일라 │왜 기쁘다는 거지?

가고일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나나 우리 가족이 생을 마감하게 되면, 너한테 엘레지를 부탁해도 되니까.

가고일 │카즈델은 여전하지만, 밴시는 좀처럼 오질 않잖아.

가고일 │너희들의 인도가 없으면, 죽은 동포들도 살카즈의 영혼을 찾지 못해.

베일라 │미안하네.

베일라 │내가…… 최선을 다할게.

가고일 │하하하, 농담이야. 이곳에 찾아온 건 그 '횃대나무'를 치료하기 위해서겠지?

가고일 │이게 그 나뭇가지인가?

베일라 │주문으로 해석을 시도했지만, 시들어가는 원인을 찾을 수 없었어.

베일라 │다행히, 한 친구가 너처럼 초목에 정통한 토석의 아이를 소개해 주더군. 이건 밴시들의 삶을 지탱해 주는 존재야, 그러니까 부디……

가고일 │도와주지. 우선 흙을 좀 준비해야 해……

가고일 │미안한데, 뒤뜰에서 쟁반 하나만 가져다주겠나? 채소를 훔치러 온 파울비스트가 있으면 그냥 쫓아내면 돼.

 

ˇ

베일라 │"물러가라."

 

파울비스트들은 놀라 사방으로 날아갔지만, 망가진 텃밭은 좀처럼 평온을 되찾지 못했고, 채소 모종 한 포기가 베일라 눈앞에서 격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윽고, 먼지투성이 잎사귀 사이로 나뭇가지처럼 생긴 뾰족한 검은 뿔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베일라 │이게 '채소를 훔치러 온 파울비스트'…… 인가?

??? │꺼져. 안 그러면 네 목을 비틀어버린다.

베일라 │그렇게 고함치며 겁주는 건, 목에 좋지 않아.

베일라 │괜찮아, 무서워하지 마. 아이를 해칠 생각은 없으니까.

 

어린 밴시는 잎사귀 뒤에서 머리를 내밀더니, 반쯤 뜯어 먹은 채소잎을 저도 모르게 등 뒤에 숨겼다.

 

어린 밴시 │내 채소도 넘보지 마.

베일라 │……그게 정말로 '너'의 채소라면.

어린 밴시 │손에 든 건 뭐야?

 

베일라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어린 밴시는 그녀의 손에서 횃대나무 가지를 낚아채, 입에 넣고 씹으려 했다.

 

어린 밴시 │퉤. 그냥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평범한 나뭇가지잖아. 냄새도 고약해.

베일라 │배고프니? 잠깐만…… 안개 호수 근처의 이슬잔풀이 막 익어서, 오기 전에 그걸 따다 과자를 좀 만들었는데……

어린 밴시 │차라리 시체에서 먹을 걸 찾는 게 더 낫겠다. 그만 좀 따라올래?

어린 밴시 │(위협하듯 으르렁거린다)

베일라 │……

어린 밴시 │……안 무서워? 이런 소리에는 덩치 큰 용병들도 벌벌 떨던데.

베일라 │그건 밴시의 소리잖아. 우리 종족의 목소리지.

베일라 │밴시의 노래에서 그 음을 듣는 건 정말 오랜만이야. 마지막으로 그 소리를 냈던 사람은 몇 년 전에……

베일라 │……네가 바로 그 아이구나.

어린 밴시 │이 소리를 가르쳐 준 사람을 알아?

어린 밴시 │하지만 당신은 처음 보는데.

베일라 │우리는 이제 카즈델에 거의 오지 않아. 우리는 머나먼 협곡에 살고 있단다. 커다란 나무가 잔뜩 자라고, 열매가 많이 열리는 곳.

어린 밴시 │밥을 얻어먹는 건 힘들어. 맞을 때도 있고.

어린 밴시 │만약 네가 말한 그곳에, 정말 열매가 공짜로 열린다면…… 그 대가는 뭐지?

베일라 │……역시 총명한 아이구나.

베일라 │나랑 같이 돌아가지 않을래? 너는 그곳에 속하니까, 분명 그곳을 좋아할 거야.

베일라 │네가 그곳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고 해도.

어린 밴시 │내가 왜 믿어야 하는데?

베일라 │네 이름은…… 내스티 맞지?

내스티 │……!

 

 

ˇ

베일라 │저쪽에…… 밴시의 기척이? 그리고…… 뭔가가 시들고, 썩어가고 있는데?

베일라 │안 돼…… 내스티, 너 설마……

베일라 │같은 전철을 밟을 셈이야?

 

 

ˇ

사이언스 파크 경비 │고든 장관님, 라인 랩 인력은 전부 생태원에서 철수했습니다. 내스티와 몇몇 연구원은 자료 정리 중인데…… 표정이 상당히 좋지 않았습니다.

고든 │왜, 즐겁나? 우리의 원래 계획은 생태원 전체를 날려버리는 게 아니야.

사이언스 파크 경비 │말씀하셨잖습니까. 그 가이드가 밴시를 아주 잘 아니까, 이번 기회에 내스티와 가까운 사이라고 꾸민 뒤, 가짜 신분을 폭로하면…… 일거양득일 거라고.

사이언스 파크 경비 │애초에 치밀하다고 하기는 어려운 계획인데다, 마침 생태원에도 사고가 발생했으니, 이참에 라인 랩의 점검을 중단시키는 게 그림상 더 자연스럽지 않겠습니까?

고든 │그림상 더 자연스러워? 그럼 말해봐, 그 빌어먹을 가이드는 지금 어디 갔지?!

사이언스 파크 경비 │그건……

고든 │내스티의 능력과 일 처리 방식이라면, 생태원에 이런 큰 허점을 만들 리 없어. 더군다나 전시회가 코앞인데 라인 랩이 전시품으로 모험할 리도 없고.

사이언스 파크 경비 │그 가이드는…… 경보가 울리기 전부터 보이지 않았습니다!

고든 │틀림없이 그 녀석이 한 짓이야.

고든 │연구원 몇 명을 내쫓는 걸로는 부족해. 내스티가 이미 내 계획을 눈치챘을 가능성이 커. 나머지는 증거야…… 절대 손에 쥐여줄 순 없지.

고든 │부하들에게 전해, 해 지기 전에 반드시 펀을 찾아내라.

사이언스 파크 경비 │네!

 

 

ˇ

펀 │진정해, 펀. 손님이 제 발로 나갔을 수도 있잖아……

펀 │아니야. '프로펠러 파라다이스'에 온 이유까지 잊어버린 사람이, 어디로 갈 수 있겠어?

펀 │만약, 스스로 나간 게 아니라면……

??? │그렇다면 누군가가 데리고 나간 거겠죠.

펀 │누구야!

머시아 │펀 씨.

펀 │네가…… 왜 여기에?

 

연구원 │다들 뭐 하고 있어요! 전시회에 내보낼 실험종부터 빨리 옮겨 심어요! 저게 우리가 가진 마지막 묘목……

머시아 │겨우 5분 만에…… 전부 말라 죽다니?

 

머시아는 손을 뻗어 생태원 중앙의 말라버린 나무를 만졌다. 그러다 시선이 닿는 높이에서 자그마한 구멍 하나를 발견했다.

 

머시아 │자연적으로 생긴 구멍……은 아니네. 이건, 접속 포트인가?

머시아 │시들어버린 나무, 나무에 뚫린 구멍, 설비에도 고장은 없고…… 말해 봐, 네 몸에 꽂혀 있던 그 '나뭇가지'는 뭐였지? 그건 어디로 갔어?

머시아 │……

머시아 │펀 씨!

 

머시아 │지금 들고 있는 그 골필, 생태원 나무에서 떼어낸 거 맞죠?

머시아 │그건 투박하고 평범해서 눈에 띄지 않아, 외부인은 그게 생태원 전체를 작동시키는 '열쇠'라는 걸 몰라요. 당신도 고의로 그런 게 아니겠죠.

펀 │……고든 장관의 경비들이 벌써 문밖까지 들이닥친 거야?

머시아 │아뇨, 저 혼자예요. 펀 씨, 저는 이번 생태원 사고가 당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펀 │무슨 말이야……?

머시아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게 많지만, 당신이 그 정체 모를 밴시 손님을 도와주겠다고 한 순간부터, 고든 장관은 라인 랩을 공격할 계획을 짜고 있었던 것 같아요. 아니면, 자기의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했거나……

펀 │지금 자기 상사를 의심하는 거야? 하지만 고든 장관이 컬럼비아는 착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머시아 │"컬럼비아에서 가장 상대하기 쉬운 것도 착한 사람이다." 이런 말도 했죠.

펀 │그럼 내 손님은……

머시아 │장관님의 사무 구역 밖에 특별한 '귀빈실'이 한 줄 있는데, 그쪽으로 가서 확인해 보세요.

머시아 │부디 그 손님이 그저 바람 좀 쐬러 나간 것이길 바라죠, 진심이에요.

펀 │……

 

 

ˇ

스카이 │기가 막히네요. 이건 분명 고든의 짓이에요!

스카이 │엔지니어링 점검 명단에 손을 댄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예 생태원을 망가뜨리고 라인 랩의 전시 구역까지 봉쇄하다니…… 그다음은 뭐죠? 우리를 '프로펠러 파라다이스'에서 전부 내쫓겠다는 건가요?

내스티 │우리 시스템 하드웨어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어.

스카이 │그 인간이 사람을 시켜 주임님의 골필을 훔친 게 분명해요.

내스티 │그 녀석의 일 처리 방식은 아니야.

스카이 │왜 도둑놈의 심보를 헤아리려고 하세요?

스카이 │형식적인 말만 할 때를 빼면, 고든은 애초에 우리랑 같은 규칙 안에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이 파크의 다른 기업들도 녀석과 마찬가지고.

스카이 │우리는 차단층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에요. 당연히 남들과 다를 수밖에 없죠.

스카이 │탈락한 과학기술 기업은 무수히 많지만, 로비에 민원이 접수되는 일은 거의 없어요. 왜겠어요?

스카이 │하늘을 향해 나아가는 시대에서, 이 사이언스 파크 사람들 모두가 더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 더 존중받아야 한다는 공동 인식을 갖고 있으니까요.

스카이 │고든이 우리 실험을 고의로 방해한 건 공동 인식을 어긴 거예요. 그럼 마땅히……

내스티 │규칙에 얽매이긴 싫은데, 규칙을 이용하고 싶다?

내스티 │너의 그 말은 라인 랩이 그렇게 높은 곳에 설 자격이 없다는 걸 충분히 증명하고 있어.

스카이 │네……?

내스티 │다들, 하던 일을 잠시 멈춰 봐. 오늘 일어난 사고와 관련된 후속 조치를 알려줄 테니까.

내스티 │배양팀 연구원들과 여러 차례 확인해 봤는데, 생태원에 있던 교목 72그루, 식물 묘목 350개, 그리고 이제 막 발아한 씨앗 약 1,000개가 전부 말라 죽었어.

내스티 │생태원의 사고 조사는 파크의 경비대가 전담할 거야. 조사 기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전시회가 시작되기 전까지 생태원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는 건 분명해.

내스티 │그래서 선임 연구원들은 나랑 함께 사고 보고서를 정리할 거고, 나머지 사람들은 잠시 휴가를 즐겨도 좋아. 다른 질문 있어?

스카이 │내스티 주임님, 전에 이 생태원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라고 말씀했잖아요. 고리형 실험실에서 온 데이터가 응축된 성과라고 했잖아요.

스카이 │그렇다는 건, 우리가 스텔라리아의 마지막 유산조차 지켜내지 못했다는 뜻인가요?

내스티 │……

내스티 │해산.

스카이 │……

 

 

ˇ

펀 │사무 구역 밖의 귀빈실이라…… 여기네.

펀 │머시아도 그저 의심만 할 뿐이고, 그것만으로 고든 장관이 그랬다고 단정하는 건…… 일단 손님을 찾아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 │……어딜 도망쳐, 때려죽인다!

펀 │방안에 사람이 있네?

사이언스 파크 경비 │*컬럼비아 욕설* 하루 종일 질질 짜고만 있네. 전시회가 끝날 때까지만 얌전히 갇혀있는 게 어렵나?

사이언스 파크 경비 │아이고 머리야, 담배 한 대 피우면서 머리나 좀 식혀야겠다.

펀 │……

ˇ

오클리 │제발 저 좀 보내주세요. 고든 장관님의 실수는 절대 입 밖에 내지 않을게요……

펀 │네가 왜 여기 있어? 눈 좀 떠봐, 오클리!

오클리 │너는, 짝퉁……

펀 │예의는 갖춰줄래? 내 이름은 펀이야.

펀 │고든 장관이 너에게 엄청난 보상금을 주고 잘 대접할 거라고 했는데, 대체 왜……

오클리 │감금도 대접이라고 할 수 있나?

오클리 │네가 내 신분만 사칭하지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어!

펀 │뭐? 그날 밤, 눈물 콧물 질질 짜면서 나한테 네 단말기 번호랑 이력서 받아달라고 매달린 게 누군데. 뭐라고 했더라? 사랑이 고프고, 그리고……

오클리 │됐어, 됐어, 그만해!

오클리 │하아, 운도 없지…… 최고의 보안을 자랑하는 사이언스 파크에 외부인이 스며든 건 중대한 과실이니까, 저들이 내 입을 막으려는 거야.

오클리 │그러는 넌, 아까 경비들이 오늘 고든 장관이 사고만 치는 짝퉁을 처리할 거라 하던데…… 너 도망친 거야?

펀 │……그런 거였구나.

오클리 │하아, 우린 이제 살아서 여길 나갈 수 없는 걸까? 미래의 생활이 어떤 건지 구경하려고 왔는데, 이래서는 미래조차 없어지게 생겼어……

펀 │저기 정품, 너 혹시 내 여행단에 들어올 생각은 없어?

오클리 │뭐?

펀 │내가 아무도 모르게 들어왔다는 건, 당연히 너도 무사히 내보낼 수 있다는 뜻이잖아.

오클리 │네가……?

사이언스 파크 경비 │이런 빌어먹을, 담배 한 대 피우고 온 사이에 한 놈 더 늘었네?

사이언스 파크 경비 │좋아, 그럼 둘 다 여기서 못 나간다!

펀 │하, 평온하게 끝낼 수는 없겠네……

오클리 │짜, 짝퉁, 방금 한 말 책임지는 거지? 내가 네 여행단에 들어갈 테니까, 빨리 여기서 데리고 나가 줘!

펀 │좋아, 후회하기 없기다. 나는 죽음의 황무지도 3번이나 드나든 몸이라고……

오클리 │허세는 나중에 부리고, 일단 눈앞의 저 덩치부터 해결해! 젠장, 나는 아직 손이 묶여 있다고……

펀 │걱정 마, 훌륭한 가이드가 손님을 번거롭게 할 리는 없잖아?

펀 │자자자, 펀 여행단에 들어온 걸 환영해. 참고로, 지금부터 약간의 소음이 울려 퍼질 수 있어.

펀 │그러니까 귀를 잘 막거나, 나한테서 조금 떨어져 있어. 그럼, 출발한다!!!

사이언스 파크 경비 │크윽……

펀 │빨리 가자!

사이언스 파크 경비 │*컬럼비아 욕설* 쫓아라! 한 놈도 놓치지 마라!

 

 

작전 후

 

스카이 │……

스카이 │적자생존, 파크의 수칙…… 라인 랩이 언제부터 도태되는 쪽이 되어버린 거지?

애스펜 │실례합니다…… 어, 스카이 씨? 여기서 뭐 하세요!

스카이 │그 질문은 제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럭키 치스티비스트'는 이미 입주 자격이 말소됐을 텐데,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죠?

애스펜 │불법적인 수단은 사용하지 않았어요! 자격 말소 전에 저희 스스로 기술 문제를 해결했거든요. 정말 운이 좋았죠……

스카이 │해결했다고요? 그럼 왜 엔지니어링부에 보고가 없었죠?

애스펜 │아마도 너무 갑작스러워서 인계 과정에 문제가 생긴 거 같은데……

애스펜 │게, 게다가 아까 고든 장관님이 방송으로 그러던데요…… 라인 랩이 주도하는 엔지니어링 점검을 전면 중단한다고요.

애스펜 │그렇다면 저도 당신에게 보고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

스카이 │……

스카이 │사흘 동안 해결 못 한 문제를 갑자기 해결했다고?

스카이 │흥, '럭키 치스티비스트', 확실히 럭키하군……

 

 

ˇ

스카이 │빨리, 데이터부터! 놈들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까……

스카이 │……데이터가 완전 합격이네. 오히려 너무 정확하게 맞아떨어져. 마치 기준치에 맞춰 일부러 조정한 것처럼.

스카이 │어? 이 나사는…… 파크의 표준 규격 모델이 아닌데?

스카이 │안 돌아가, 완전히 용접돼 있어…… 핵심 동력장치 전체를 막아버렸네.

스카이 │……그런데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어. 파크에서 허가한 동력 부품 중엔 이런 소리가 나는 모델은 하나도 없으니까.

스카이 │대체 어디서 이런 규격에 안 맞는 괴상한 부품을 구한 거지? 파크의 부품 구매 권한은 전부……

스카이 │아하…… 그런 거였군. 난 정말로 적자생존인 줄 알았는데.

스카이 │……지금쯤 그놈을 위해 라인 랩 사고 보고서를 정리하느라 정신없겠지?

스카이 │뭐 됐어, 내스티 주임님한테 보고해도 분명 증거가 없다고 하겠지.

스카이 │날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ˇ

내스티 │내 차가 5분 뒤면 도착해. 사이언스 파크에 마스코트 인형이라도 있으면 하나 가져다줄게.

뮤엘시스 │내가 무슨 애냐?

내스티 │그럼 나 간다?

뮤엘시스 │너, 사리아 사무실에서 나온 뒤로 계속 복도에서 그 '나뭇가지'랑 캐치볼하고 있더라.

뮤엘시스 │날 피하려고 일부러 시간 끈 거지? 다 봤어.

내스티 │물 분신으로 사생활을 침해하는 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뮤엘시스 │이 컬럼비아에 두 번째 물의 엘프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호소할 곳도 없을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스티의 허리춤에 있던 '나뭇가지'가 갑자기 위로 뻗어 오르더니, 엘프 쪽으로 공구의 끝부분을 열었다.

그러자 뮤엘시스는 수도 없이 연습한 듯, 오른쪽으로 한 걸음 옮겨 그 생체 나뭇가지 로봇의 장난을 가볍게 피했다.

 

뮤엘시스 │너무하네. 나 지금 쉐라그에 있어서 직접 배웅할 수 없는 거 알잖아.

내스티 │원거리에서 물 분신을 유지하는 것도 상당한 소모일 텐데. 내가 크리스틴의 유산을 망칠까 봐 걱정돼?

뮤엘시스 │내가 걱정하는 건 스텔라리아 후속 프로젝트 진척이 아니라, 너야.

뮤엘시스 │씨앗이 묘목이 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한데, 네가 바라는 건 하늘을 찌르는 거대한 나무잖아.

뮤엘시스 │긴장 풀어. 퍼디낸드도 지금 네가 이룬 성과에 트집 잡을 게 없어.

내스티 │그건 내가 녀석의 메일 주소를 차단했기 때문이지.

뮤엘시스 │크흠……

뮤엘시스 │트리마운츠 교외 지하에서 몰래 크리스틴의 꿈을 도와줬는데, 이제 드디어 네 차례가 된 거야.

뮤엘시스 │저기 내스티, 혹시 그 생각 해 본 적이……

내스티 │난 협곡으로 돌아가지 않아.

내스티 │협곡의 평화는 불완전한 밴시에게 어울리지도 않고, 그녀에게 영감을 가져다줄 수도 없어.

뮤엘시스 │하지만……

내스티 │이만 간다.

뮤엘시스 │잠깐, 이거 받아.

내스티 │화분?

뮤엘시스 │우리 생태과가 사막에서 캐낸 거야. 추위나 가뭄에도 잘 버티고, 꼭 너처럼 고집도 세지…… 내 배웅 선물이라고 생각해.

뮤엘시스 │비바리움에 넣을 필요 없고, 물만 잘 주면 돼. 얘가 나 대신 너를 잘 '감시'할 거야. 어쩌면 너한테도 도움이 될지 몰라~

내스티 │……

뮤엘시스 │답례로 너는 생태원과 너 자신만 잘 돌보면 돼. 그리고……

뮤엘시스 │파크 상품 팀에 마스코트 인형이 나오면, 꼭 하나 사줘!

 

내스티 │……

선임 연구원 │주임님, 1층 비바리움 안의 마른 가지는 모두 정리했습니다. 이 화분이 전시 구역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식물이에요.

내스티 │줘봐.

내스티 │지하 구역의 '식물' 상태는 어때?

선임 연구원 │피드백 데이터는 예상대로였어요. 근데 모니터링 신호가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아직 직접 내려가서 확인하진 못했고요.

내스티 │내가 가볼게. 수고했어.

 

 

ˇ

지하 연구원 │내스티 주임님.

내스티 │지하 실험실에 외부인이 다녀간 적 있어?

지하 연구원 │아니요. 저희는 여기서 쭉 실험 환경을 시뮬레이션하고 있었어요.

내스티 │그래, 혹시 모르니까……

내스티 │(살카즈어) 드러나라.

내스티 │외부인의 흔적은 없군…… 정말 사고였나?

지하 연구원 │주임님, 말라 죽은 식물들의 모든 데이터를 분석 보고서로 정리했는데, 지금 확인하시겠어요?

내스티 │그래, 가자.

전자음 │내스티 루노레이, 엔지니어링과 주임. 권한 확인 완료, 개방합니다.

내스티 │……

 

 

ˇ

사이언스 파크 경비 A │젠장, 그 두 녀석 어디로 갔지?

테스터 │무슨 일이에요?

사이언스 파크 경비 A │아……

사이언스 파크 경비 B │모두 안심하세요. 저희는 고든 장관님의 지시로 그림자 달에서의 미래 임무 수행 상황을 시뮬레이션 중입니다.

사이언스 파크 경비 B │어디에 있든, 컬럼비아는 자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합니다.

사이언스 파크 경비 B │(흩어져서 찾아. 티 내지 말고.)

사이언스 파크 경비 A │(네.)

테스터 │아, 모의 훈련이었구나…… 랭크우드의 《그림자 달 쟁탈전》 에피소드랑 완전 똑같네!

펀 │내 말이 맞지? 저 경비들은 카시미어 우주 기사들이라니까! 그러니까 우릴 잘 숨겨줘야 해!

오클리 │헛소리 좀 그만해, 짝퉁. 이제 우린 어디로 도망가야 해?

펀 │플라잉 도넛 역엔 숨을 데가 많지 않고, 뒤쪽의 원형 터널은 매복 당하기 쉬워……

오클리 │그럼 이대로 끝이야? 너랑 여행사 계약까지 체결했는데, 날 무조건 데리고 나가야 해!

펀 │보채지 좀 마. 여긴 '프로펠러 파라다이스'라고. 지상의 논리는 안 통해.

펀 │저기 실례지만, 지금 볼보트 코친스키의 점프 보드 테스트 중인 거지? 잠깐만 빌릴 수 있을까?

테스터 │그러세요.

사이언스 파크 경비 A │응? 무슨 소리지?

사이언스 파크 경비 B │위를 봐!

사이언스 파크 경비 A │젠장, 저놈들이 대체 어떻게 부유 캡슐 꼭대기까지 올라갔지?!

펀 │하, 그러고 보니 '프로펠러 파라다이스'에선 모두가 고개를 들고 위를 본다는 걸 깜빡했어.

오클리 │그래서 이제 어떡할 건데!

사이언스 파크 경비 A │저놈들 격추해!

테스터 │오!!! 이건 영화 클라이맥스에서 악당이 쓰던 공기포를 재현하는 건가?

테스터 │잠깐, 이건 오리지늄 화약 냄새인데……

사이언스 파크 경비 A │발사!

펀 │도망쳐!

 

 

ˇ

고든 │쓸모없는 것들! 겨우 라인 랩을 붙잡아 놨더니, 이번엔 성가신 가이드가 도망치다니……

고든 │곧 있을 비즈니스만 아니었어도, 내가 직접 그 필라인을 잡아 왔을 텐데.

우주 린수 │저기, '하늘 정복자'님, 제가 그 무지한 테라인들을 해결할까요? 테라 밖에서 온 절대적 힘이 무엇인지 보여주겠습니다.

고든 │아직은 아니다, 054. 고작 가이드 한 명이야, 특수요원도 아니고.

고든 │우선 구스타브 쪽 상황부터 보고해라.

우주 린수 │수행원들과 함께 계속 공중 레스토랑과 귀빈 접대 구역에 머무는 중입니다. 원형 터널을 반드시 거쳐야 하지만, 아직까지 비밀 문을 발견한 사람은 없습니다.

고든 │하, 7년 전 막 관리국에 들어갔을 때, 밀입국자의 바지 주머니에서 몰래 액화 오리지늄 라이터 하나를 슬쩍했다가 구스타브한테 바로 들켰어.

고든 │처음엔 군인 출신이라 너무 고지식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 뒤처리가 깔끔하지 않은 게 못마땅했던 거야.

고든 │그래서 내가 구스타브의 행동, 말투, 심지어 이 옷차림까지 전부 배워왔지. 그 성과는……

우주 린수 │이곳은 테라 각지의 진귀한 보물을 보관하는 '선실'입니다.

고든 │관리국의 지저분한 캐비닛보다 훨씬 넓어.

고든 │한쪽은 구스타브, 한쪽은 내스티, 그게 어때서?

고든 │나는 이제 7년 전의 그 풋내기가 아니야. 내가 증거를 갖다 바치지 않는 이상, 놈들은 평생 내 수법을 알아채지 못해.

고든 │전시회가 시작되고, 수만 개의 전시품이 하늘로 날아오르면 '기밀', '불법 거래'…… 그딴 건 더 이상 아무 의미도 없어져.

고든 │그때가 되면 모두 알게 되겠지…… '프로펠러 파라다이스'에 불을 지핀 건 라인 랩도 특별구 정부도 아닌, 바로 이 고든 타넨이라고.

우주 린수 │조심하십시오! 테라인이 접근 중입니다!

고든 │무슨 소리야?

??? │폭파는 안 돼…… 밑에…… 사람이라도……

?? │……입만 살아서는……!

??? │으악……!

 

짙은 연기 속에서, 고든은 눈물이 흐르는 눈을 애써 뜨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하려 했다.

 

익숙한 모습이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부서진 벽과 분진 속에서 나타났다. 불과 몇 시간 전, 고든이 지명 수배를 내린 그 인물이 느닷없이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두 사람의 거리는 고작 1미터도 되지 않았고, 두 사람의 머릿속에는 무수한 생각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모든 것이 멈춰버린 듯했다. 고든과 펀은 서로 마주 보며 상대의 표정과 눈빛을 다급하게 읽고 있었다.

 

펀 │(경비들이 정말 폭발할 줄이야! 잠깐, 여긴 어디야? 왜 내 지도에는 표시가 안 돼 있지? 원형 터널에 비밀 문이 있었나?)

펀 │(고든 장관? 하필 여기서 딱 마주치다니! 함정인가? 그런데 표정이 왜 저렇게 굳어 있지?)

펀 │(벽에 걸린 저건, 전시품인가?)

펀 │(아니야! 예전에 살카즈한테 붙잡혀 암시장에 끌려갔을 때, 분명 노점에서 저런 아츠 장치를 본 적 있어. 저쪽에 있는 모자는 사르곤 무덤에서 봤던 자예단의 장비 아닌가……?)

펀 │(쓰읍…… 아무래도 위험한 곳에 들어온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못 본 척 떠나도 괜찮으려나……)

 

고든 │(제발 고에너지 오리지늄 화합 수류탄에만 부딪히지 마라! 그거 터지면 이 부유 캡슐 전체가 날아간다고!)

고든 │(빌어먹을, 저 짝퉁 해설원이 파크에 들어온 뒤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고든 │(도대체 이 녀석은 라인 랩의 원수야, 아니면 내스티가 보낸 스파이야? 자꾸 내 계획을 망치고 있잖아. 생태원에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고든 │(뭘 보고 있는 거지? 활성 오리지늄 폭풍 유도 비콘? 아니면 자예단의 주술 헬멧? *컬럼비아 욕설*, 이 녀석, 전부 알아봤어!)

고든 │(이런 놈에게 약점을 잡히면 누구한테 정보를 팔아넘길지 몰라. 내스티나 구스타브가 알게 되면……)

 

뒤늦게 작용한 중력 때문에 펀은 순식간에 아래로 떨어졌고, 고든은 소장품을 구할 틈도 없이 그저 눈앞의 필라인 소녀가 자기 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둘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지며, 두 사람의 머릿속을 스치던 복잡한 생각들이 전부 사라졌다. 부딪치기 직전, 두 사람이 내뱉은 한마디는……

 

고든&펀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