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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knights-Event/[S]허락받지 못한 땅

[허락받지 못한 땅] UR-4 창공의 난기류

눈을 뜨고,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을 견뎌라! 흔들리는 건 하늘이 아니라 우리다. 하늘을 미워할 이유가 없다.

 

 

작전 전

 

행정 비서 │말씀드렸잖아요,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스카이 │저는 라인 랩 소속이라니까요. 이 파크의 시설 관리 규정은 당신보다 더 잘 알아요. 그리고 공중 레스토랑에 가는 데 애초에 특별한 권한 같은 것도 필요하지도 않고요.

행정 비서 │평소엔 그렇지만, 지금 안에는 귀빈이 계십니다.

??? │들여보내. 나를 찾아온 친구 같군.

ˇ

구스타브 │라인 랩 생태원의 사고는 처리가 끝난 모양이지?

스카이 │구스타브 씨께선 역시 소식이 빠르시군요.

구스타브 │허허, 이 파크 안에 컬럼비아의 새 사업에 힘쓰는 지인들이 좀 있어서 말이야.

스카이 │그 지인들에는 고든 타넨도 포함됩니까?

구스타브 │아무래도 자네가 여기 온 이유는 라인 랩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가 아닌 것 같군.

스카이 │결재 체계를 무시하고 긴급 보조금을 신청한다 해도, 라인 랩이 전시회 일정을 맞추는 건 불가능합니다.

스카이 │이 점검 보고서를 먼저 봐주세요.

구스타브 │신생 과학기술 기업이 파크에 남기 위해 점검 때 발견된 엔지니어링 결함을 급하게 해결한 것뿐이잖나…… 뭐가 문제지?

스카이 │'럭키 치스티비스트'는 재검사를 통과한 적이 없습니다. 규정대로 오늘 안에 파크에서 철수해야 했죠.

스카이 │그런데 조금 전 그 회사의 대표를 만나 보니, 몇 달 동안 괴롭히던 에너지 공급 문제가 전부 해결돼 있더군요.

구스타브 │전시회가 코앞인데 데드라인이니, 과학이니, 기적이니…… 전부 '뻔한 레퍼토리'일 뿐이지.

스카이 │아닙니다. 여기 이 페이지를 보십시오.

스카이 │정기 점검 때 보지 못한 몇몇 부품을 제가 따로 확인해 봤는데, 정격 출력의 열 배를 초과합니다. 아,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구스타브 │용어 설명은 필요 없네, 젊은이. 자네가 들고 다니는 《컬럼비아 오리지늄 부품 규격 및 표준》은 내가 주도해서 작성한 거니까.

구스타브 │자네 말은 결국 '럭키 치스티비스트'가 몇 시간 만에 국가 표준을 훨씬 뛰어넘는 동력 부품을 '발명'했다는 말 아닌가?

스카이 │'발명'이라뇨? 그 회사는 그럴 능력이 안 됩니다. 분명 누군가가 죽을 운명인 그 멍청한 기계에 컬럼비아산이 아닌 새 심장을 이식한 겁니다.

구스타브 │젊은이, 파크 규정은 자네도 알잖아. 지금 여러 국가가 우리의 부유 기술을 주목하고 있다네. 보안을 위해 모든 부품은 반드시 컬럼비아산이어야 하지.

스카이 │걱정 마십시오, 구스타브 씨. 이건 관리국의 실책이 아닙니다.

스카이 │평범한 실무자라면 절대 라인 랩의 정기 점검과 불시 점검을 막아줄 수 없을 겁니다. 누군가 엔지니어링부의 점검 순서를 조작하지 않았다면 말이죠.

스카이 │마침 내스티 주임님이 한 관리자와 합의를 본 적이 있었는데……

구스타브 │고든 타넨.

스카이 │그 녀석은 갖은 수단을 써서 라인 랩의 손발을 묶어두려 했죠. '프로펠러 파라다이스'의 최초 제안자가 우리 라인 랩이고, 엔지니어링부라면 언제든 자신의 비밀을 들추어낼 수 있으니까요.

구스타브 │그러니까 자네 말은 고든 타넨이 관리자로서 직무를 다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되려 업무상 횡령에 '공급업자' 노릇까지 했다는 건가?

구스타브 │이건 상당히 심각한 혐의야, 젊은이.

스카이 │그래서 당신을 찾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구스타브 씨.

스카이 │이 사이언스 파크가 특별구에 도착하기 전까지, 그 '충성스러운 부하'를 상대할 의지와 능력을 모두 갖춘 사람은 구스타브 씨뿐이니까요.

구스타브 │문득 궁금해졌는데…… 자네의 상관은 이 사실을 알고 있나?

스카이 │만약 내스티 주임님이 뭔가 할 수 있었다면, 라인 랩이 지금 이런 꼴로 전락하진 않았겠죠……

구스타브 │그렇다면 다행이군.

스카이 │네? 그게 무슨 뜻이죠?

구스타브 │이렇게 예리하고 용감한 젊은이를 만나는 건 드문 일이지. 내스티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자네가 여기를 찾아와 나를 만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을 걸세.

스카이 │구스타브……

구스타브 │'의지와 능력을 모두 갖춘 사람'이라…… 허허, 재미있는 표현이군. 초반에 고든도 나와 많이 부딪히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젊은 시절의 무모함이었지. 마치 자네처럼.

구스타브 │그리고 내가 고든에게 가르친 첫 번째 규칙은 이거였네. "컬럼비아를 대표함에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한 몸이다."

스카이 │당신……!

 

라인 랩의 젊은 연구원은 구스타브가 자신의 허리춤에서 점검 보고서를 뽑아 들고 레스토랑 안으로 유유히 걸어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스카이는 순간 당황했고, 분노가 치밀어 올라 구스타브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하지만, 상대가 손을 휘젓자 경호원들이 달려들어 스카이의 두 팔을 등 뒤로 꺾어 제압했고, 그는 억울함이 섞인 고통스러운 신음만 터뜨렸다.

 

구스타브 │누구인가?

구스타브 │……허허, 이건 우연은 아니겠지?

 

스카이는 경호원들에게 팔을 붙들린 채 끌려 나갔다. 파크 아래층 감옥에 던져질지, 아니면 밀실 같은 곳에 갇힐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이어서, 그는 어렴풋이 구스타브가 전화받는 소리를 들었다. 분명 저 늙은이가 고든에게 미리 정볼르 흘리고 있을 터였다. 스카이는 내스티에게 증거를 남겨두지 않은 걸 조금 후회했다. 생태원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 순간, 갑자기 통증이 사라졌다. 경호원들이 그의 팔을 놓더니, 공중 레스토랑을 나가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그를 밀어 넣었다.

 

스카이 │……

 

 

ˇ

오클리 │저기요!!! 밖에 있는 형씨, 제 말 들려요?!

오클리 │맹세코, 고든 장관이 오리지늄 제품을 밀수한 사실은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을게요! 저희도 정말 일부러 소장실에 들어간 건 아니에요!

펀 │그만 해, 오클리. 계속 떠들었다가는 저 녀석들이 우리를 시체로 만들어야 조용해질 거라고 생각할 거야.

오클리 │흑……

펀 │왜 또 갑자기 울고 그래? 걱정 마, 죄수를 냉대하는 건 흔한 일이니까.

오클리 │감옥 많이 들어가 본 사람처럼 말하네……

펀 │내가 어디서 이런 말재주를 단련했겠어?

펀 │설령 말이 통하지 않고, 손에 긴 창을 들고 나를 포위한 아다크리스인들 앞에서라도 나는 눈짓과 표정만으로도 어떻게든 의사를 전달할 수 있거든.

오클리 │넌 정말 우리가 여기서 살아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

펀 │너, 죽음의 황무지에 가본 적 있어?

오클리 │없어…… 그곳의 모래폭풍은 가장 단단한 철판도 뚫을 수 있고, 폭풍이 닿는 순간 탐험가들은 뼈만 남는다던데.

펀 │맞아. 모든 가이드가 그곳이 금지구역으로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 그 어느 여행사도 그곳을 목적지로 삼지 않아.

펀 │하지만 나는 근거 없는 소문만으로 그게 '불가능'하다고 정의하고 싶지는 않았어.

오클리 │설마 너 거길 갔다 온 거야? 게다가 멀쩡하게 살아서 나왔다고?

펀 │거긴 그냥 잿빛 사막일 뿐이야.

펀 │독한 햇볕이 모래를 환하게 비추고, 언덕 뒤편에는 짙은 보랏빛의 절벽이 있었어. 선인장은 너랑 나보다도 더 높았고.

펀 │물론, 위험하긴 하지. 광풍이 휘몰아칠 땐 발밑이 땅인지 구덩이인지조차 구분이 안 됐거든, 그래도 모래가 칼날처럼 날카롭진 않았어.

오클리 │믿기지 않는데……

펀 │"'불가능'은 겁쟁이나 게으름뱅이들이 갖다 붙이는 핑계다."…… 우리 아빠가 늘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야.

펀 │그 덕에 나는 남들과는 다른, 금지구역에도 기꺼이 뛰어드는 가이드가 됐지.

오클리 │너를 믿어주는 아버지가 있다는 게 정말 부럽네.

펀 │뭐, 그렇지……

펀 │그러니까 기운 내, 오클리. 그 밴시 손님도, 네 소원도 내가 다 이루어줄 거야. 우리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사이언스 파크 경비 │야, 너희들.

오클리 │뭐, 뭐 하려는 거야! 오지 마!

오클리 │……무슨 일이지?

사이언스 파크 경비 │얌전히 따라와. 고든 장관님이 부르신다.

펀 │내 말 맞지? 여기서 끝이 아니라고 했잖아.

 

 

ˇ

고든 │네, 알겠습니다……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국장님.

고든 │이런 *컬럼비아 욕설* 늙은 여우 같으니라고, 사람 갈구는 건 여전하네. 컬럼비아 정년퇴직 연령이라는 걸 조금 존중하라고!

고든 │나도 이제 커피 심부름하면서 설탕 잘못 넣었다고 삿대질이나 당하던 예전의 폿내기가 아니라고!

머시아 │고든 장관님…… 054에게 먹이를 더 주다간, 진짜로 배가 터져서 기절할 것 같습니다……

우주 린수 │(꾸역꾸역)

고든 │쳇, 네가 먹어.

머시아 │……

고든 │뭐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네. 걸리적거리는 라인 랩을 파크에서 완전히 내쫓는 데도 실패하고, 이제는 그 늙은 여우랑 내스티 쪽 놈까지 내 비즈니스를 눈치채다니……

고든 │더 큰 문제는 어렵게 모은 아츠 유닛이 그 두 놈 때문에 절반이나 박살 났어. 그중 몇 개는 이 세상에 둘도 없는 희귀한 물건인데!

머시아 │아츠 유닛…… 비즈니스……

머시아 │장관님, 전에 제게 말해주지 않았던 그 비어 있는 시간 동안…… 밀수를 하고 계셨던 겁니까?

고든 │너도 과학기술 기업들이 하늘에서 자리 잡도록 도와주는 걸 불법으로 생각하는 거냐?

머시아 │아뇨, 입단속은 철저하게 하겠습니다. 다만……

머시아 │방금 그 두 침입자를 데려오라고 시키신 게, 설마 그들을 없애려는 겁니까?

고든 │뭘 긴장하고 있는 거지? 지금은 개인적인 화풀이보다, 더 중요한 일을 시켜야 할 때야.

고든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이상, 누구도 내 파크의 관리권을 빼앗을 수 없어. 누군가 일을 망치기 전에 남은 장치들은 빨리 옮겨야 해.

머시아 │그 두 사람을 시켜 금지품을 옮기실 건가요?

머시아 │하지만 파크를 드나드는 모든 물자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하잖아요. 설령 장관님의 긴급 허가가 있다고 해도 무작위 검사는 피할 수 없고, 게다가……

고든 │게다가 기존의 루트는 엔지니어링부의 개조 때문에 한동안 사용할 수 없지. 하지만 나는 오래 기다릴 수 없어.

고든 │이게 다 내스티가 에너지 시스템인지 뭔지를 개조하겠다고 난리를 쳤기 때문이야. 지금 파크에 부유 플랜터 유닛이랑 라인 랩 쪽 사람들투성이다.

고든 │잠깐, 라인 랩……

고든 │하하, 좋아. 네놈들이 내 수송 루트를 막았다면, 내가 네놈들의 수송 루트를 쓰는 수밖에.

머시아 │그 말씀은, 라인 랩 생태원 지하의 대형 설비나 기초 건축 자재 운반에 쓰는 건설 수송용 통로를 이용한다는 겁니까?

고든 │맞아. 생태원이 봉쇄된 지금, 라인 랩의 관할 구역이야말로 가장 안전한 곳이지. 다만, 늙은 여우 쪽 움직임은 내가 파악이 가능한데, 내스티 쪽은……

머시아 │장관님, 그 두 침입자의 안전만 보장해 주신다면, 내스티 주임은 제가 맡겠습니다.

고든 │뭐? 네가?

머시아 │장관님께서 계획을 실행하시는 동안, 제가 다른 곳으로 유인하겠습니다.

머시아 │대신 한 가지, 펀 씨에게서 압수한 물건…… 밴시의 골필을 잠시만 빌려주세요.

 

 

ˇ

사이언스 파크 경비 │너희 둘, 빨리 움직여. 장관님을 기다리게 할 생각이냐?

오클리 │(작은 목소리로) 우리가 장관님의 소장실을 박살 냈잖아. 분명 우리한테 따질 거야!

펀 │(작은 목소리로) 돈으로 해결되는 거면 차라리 나아, 혹시라도 '거래' 같은 걸 하자고 하면 곤란한데……

사이언스 파크 경비 │도착했다.

사이언스 파크 경비 │머시아 씨, 장관님이 찾으신 놈들을 데려왔습니다.

머시아 │수고하셨어요. 돌아가서 계속 업무 보세요.

펀 │머시아, 내 손님이……

머시아 │죄송합니다. 당신의 손님이 사라진 건 장관님과는 무관한 것 같아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계속 찾아보겠습니다.

펀 │밴시 손님은 대체 어디로 간 거지……

머시아 │잠시 그분은 잊으세요. 이 파크를 나가고 싶다면, 들어간 뒤부터는 반드시 장관님의 지시에 따라야 합니다.

펀 │……도대체 뭘 할 생각이지?

머시아 │당신들이 거절할 수 없는 '거래'를 제안할 겁니다.

 

 

ˇ

스카이의 걸음은 점점 느려졌다. 예전엔 이 통로를 늘 뛰어다녔고, 동료들도 농담 삼아 성미가 급한 사람이라고 놀렸다.

하지만, 어찌 서두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는 순조롭게 진학하고 학문을 이어간 사람들과는 달리, 무너진 가정 형편 때문에 연구 외의 일에 많은 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라인 랩의 어깨 위에, 컬럼비아 응용과학 분야의 정점에 올라섰고, 기적을 목격했던 그 돔에 손이 닿으려 하고 있었다.

어떠한 방해도 존재해서는 안 되며, 위대한 사업을 가로막을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었다.

 

스카이 │고든의 비밀을 내스티 주임님에게 알리고…… 사과도 해야 해.

스카이 │발소리? 라인 랩 연구원들은 실험 구역에서 이미 철수하지 않았나?

 

ˇ

테스터 A │야, 이거 떼어낼 수 없어? 부유 회전바의 원심력 안전 보호막이랑 비슷해 보이는데.

테스터 B │멋대로 손대지 마. 이따 새로운 고용주에게 물어보자.

테스터 A │내스티 씨는 아직 사무실에서 나오지 않았나?

테스터 A │내스티 씨가 우리랑 그 인상 쓰고 다니는 녀석 구하려고, 이 생태원까지 포기했대.

테스터 B │쉿, 우린 그저 내스티 씨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만 알면 돼. 쓸데없는 얘긴 꺼내지 마.

스카이 │인상 쓰고 다니는 녀석이라면…… 나?

행정 비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좋은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

스카이 │당신은, 구스타브 곁에 있던 그 비서? 여기는 어쩐 일로!

행정 비서 │아, 당신이 바로 그 스카이 재거 씨군요……

행정 비서 │내스티 주임님과는 이미 얘기 끝났으니, 전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스카이 │……

내스티 │왔나.

스카이 │구스타브한테 사과하신 거예요?

내스티 │맞아.

스카이 │현장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준 것도 모자라, 앞으로 점검도 안 한다고요?

내스티 │맞아.

스카이 │라인 랩도 사실상 이번 전시회에서 퇴출했고, 행사 명단에도 이름을 못 올리게 되나요?

내스티 │맞아.

스카이 │……

내스티 │이따가 여기에 정리 끝난 실험 기자재들을 쌓아둬야 해. 체력이 남았다면 도아줘.

스카이 │주임님……

내스티 │왜?

스카이 │주임님은 애초에 제가 사고 칠 것도, 제가 그저 그런 평범한 녀석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죠? 그래서 엔지니어링 점검이니 플랜터 유닛이니 하며 절 그쪽으로 떠민 거죠?

스카이 │주임님의 판단이 맞았어요. 결국 저는 시궁창에 사는 무스비스트와 다를 바 없는 존재죠. 위대함을 이해할 수는 있어도, 그 일부가 되지는 못해요.

스카이 │용서받고, 구원받고, 보호받으며…… 이곳의 수많은 테스터들처럼 멀찍이 뒤로 밀려난 일반인일 뿐이죠. 주임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 이곳에 있지도 못했을 거예요.

내스티 │나에게는 새로운 직원이 필요하고, 조수 한 명이 필요했을 뿐이야. 그게 다야.

내스티 │컬럼비아에 막 왔을 때, 개척자들이 날 거둬줬어. 그들은 밴시인 주제에 주문도 제대로 못 쓰는 나를 탐탁지 않아 했고, 나는 그들이 만든 비스트 트랩의 효율이 떨어진다며 못마땅해했지.

내스티 │그럼에도 우리의 대화에는 명령 같은 게 없었어…… 우리는 늘 서로를 용서하고, 구하고, 보호했지.

내스티 │지금처럼, 원래 그래야 하는 것처럼 말이야.

 

이 순간의 생태원은 아직 고요했지만, 본래 이성과 금속의 차가운 기운으로 가득해야 할 실험실은 테스터들의 합류 때문에 달라져 있었다.

늘 손으로 비집어 열어야 했던 수납함에는 삐뚤삐뚤한 철사로 만든 손잡이가 달려있었고, 늘 찬바람을 내뿜으며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던 송풍구 아래에는 바람을 막아주는 합판이 걸려 있었다.

스카이가 화가 날 때마다 들이받던 유리문에는 '주의'라고 적힌 메모가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메모를 본 스카이는 자신의 여동생을 떠올렸다……

평범하고 특별함이 없는, 자신의 눈에는 그저 '보호받아야 할 사람'으로밖에 안 보였던 아이.

위대한 기적을 목격한 뒤로는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던 아이.

 

내스티 │만약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뒤돌아볼 수 없다는 뜻이라면, 처음 선택한 길을 잘 가고 있는지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내스티 │만약 진보가 의미하는 건 선별이고, 오직 소수의 사람만이 미래로 향할 수 있는 거라면, 과연 거기에 의미가 있을까?

내스티 │스카이, 왜 평범한 사람들은 당연히 뒤처져야 한다고 생각해?

스카이 │……

스카이 │주임님이 이렇게 말씀을…… 잘하시는 줄은 몰랐네요.

내스티 │나는 사실만 말해. 질문하고, 해결하고, 그걸 반복할 뿐이야.

내스티 │위대한 이론이니 이상이니 하는 것들이 너를 속이기 전에, 먼저 움직여.

 

 

작전 후

 

??? │죄송합니다, 좀 늦었네요. 오늘 일이 조금 바빠서요.

지친 여성의 목소리 │머, 머시아…… 부디……

지친 여성의 목소리 │더 많이…… 떠올려야 해……

머시아 │당신의 상황은 아주 특별합니다.

머시아 │당신의 기억은 마치 마른 가지에 겨우 매달려 있는 시든 잎사귀 같아요. 먼지를 살짝 털어내면 색이 조금은 돌아올지도 모르지만, 너무 세게 건드리면 떨어질 수도 있죠.

머시아 │아니, 애초에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어요. 그때……

머시아 │죄송해요, 베일라 씨.

베일라 │나는…… 알아야 해. 기억해…… 내야 해.

머시아 │고향을 떠난 뒤의 기억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던 것 같군요. 그래도 정 원하신다면…… 눈을 감으세요. 다시 시도해 보죠.

 

머시아는 늘 곁에 두던 낡은 슬라이드 프로젝터를 힘겹게 책상 위로 옮겼다.

그녀의 손끝이 미끄러지듯 움직이자, 유리 슬라이드가 슬롯에 들어가고, 낯선 영상이 밴시의 쇠약한 몸을 감쌌다.

 

베일라 │……저 장소, 기억나.

머시아 │라이타니엔?

베일라 │그 아이가…… 얘기헀지.

베일라 │그곳, 고탑…… 사슬, 피.

 

천천히, 그리고 어렴푸싱, 기억의 단편이 슬라이드 프로젝터가 비춘 배경에서 번져 나갔다. 머시아는 쇠약한 몸이 쇠사슬로 벽 쪽에 묶여 있는 걸 보았고, 긴 로브를 걸친 몇몇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는 것을 보았다.

피의 비린내, 선율의 섬뜩함, 술식의 흔적.

 

머시아 │라이타니엔의 고탑에 감금되신 적이 있었나요……? 실험 대상으로?

머시아 │어떤 리치의 도움이 없었다면, 당신은 고탑 캐스터들의 연구 기록 속에 묻혀 사라질 뻔했군요.

 

머시아 │신성한 도시의 위령성당에서 장례를 치러주셨나요? 방랑하던 동족을 위해서였나요, 아니면 종족의 원수를…… 위해서였나요?

머시아 │하지만 그 천사들은 당신의 마음을 받지 않았어요, 그렇죠? 그들의 장례에 필요한 건 웃음이었지, 당신의 애도가…… 아니었으니까요.

머시아 │하마터면 호위대에 체포될 뻔했어요.

 

머시아 │당신은 컬럼비아에 도착했습니다…… 개척지를 가로질렀고, 심지어…… 죽음의 황무지까지 다녀오셨네요?

머시아 │짐승들조차 발을 들이지 않는, 모래바람에 수없이 갈려 너덜너덜해진 그 땅을?

머시아 │결국 당신은 이곳에 도착하셨군요.

머시아 │왜 하필 이 파크였나요? 대체 무엇을 찾아서……

베일라 │여기, 여기에도 나무가…… 있어.

베일라 │여기의 나무도, 시들고, 썩고 있어……

베일라 │시들고, 썩고 있어.

머시아 │그렇군요.

머시아 │여기에 생태원이 하나 있긴 합니다. 그리고 당신 말처럼 방금 끔찍한 사고가 일어나 시들고, 썩어버렸죠.

머시아 │그리고 그 생태원의 주인은……

머시아 │또 다른 밴시죠.

머시아 │혹시 아는 분인가요?

 

생태원에서 큰 사고를 일으킨 뒤, 고든에게 압수되었던 골필이 지금 무고한 듯 머시아의 손바닥 위에 놓여 있었다.

 

베일라 │……그 아이.

베일라 │그 아이의 기척…… 여기 있구나.

머시아 │그러니까, 당신은 누군가를 찾으러 오신 거군요.

베일라 │만나고 싶어…… 그 아이를 만나고 싶어……

 

 

ˇ

펀 │그렇게 자세를 낮추지 않아도 돼, 오클리. 네 등 위의 아츠 장치가 한쪽으로 기울었어.

오클리 │여긴 라인 랩의 지하 통로야. 벽 속에도 나노 도청기가 박혀 있을지 누가 알아!

오클리 │게다가 파크의 경보 시스템도 조심해야 하잖아…… 그런데 고든 장관 일을 돕는 건데 왜 경비대를 피해 다녀야 하는 거지?

펀 │그 녀석을 완전히 신뢰하는 부하가 몇 명이나 될 거 같아?

오클리 │윽……

펀 │엘리베이터를 지키는 경비도 어느 거물이 심어둔 눈일 수 있어. 만약에 일이 틀어지면, 줄줄이 엮여져 나올 문제는 이 상자에 들어있는 금지품보다 훨씬 더 심각해지는 거야.

오클리 │그러니까, 전혀 이해관계가 없는 우리 두 외부인이 오히려 금지품을 처리해줄 최선의 인물이라는 건가?

펀 │맞아.

펀 │하지만 나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어.

오클리 │뭔데?

펀 │운반해줄 사람도 있고, 밖에서 받아줄 사람도 있는데, 사무실에서 린수한테 먹이를 주거나 편하게 노래나 들으면 더 좋잖아?

펀 │굳이 현장까지 직접 와서 감시해야 해? 일이 더 커질 수도 있는데, 고든 장관?

고든 │흥, 나는 사랑스러운 내 새끼들을 배웅하러 온 것뿐이야!

오클리 │뭐라고요?

고든 │휘청거리지 마, 이 멍청한 놈들아! 방금 오리지늄 아츠 복원 장치의 보호 케이스가 벽에 부딪힐 뻔했잖아! 내가 말했지? 이 물건들을 네 목숨보다 귀하게 다뤄야 한다고!

오클리 │암요 암요!

오클리 │그럼 장관님도 기억하시겠죠? 저희 둘이 이 '사랑스러운 새끼들'을 무사히 내보내고 입단속만 확실히 한다면……

고든 │우리 사이의 일은 깨끗이 끝나는 거지.

오클리 │좋아요!

고든 │방심하지 마라, 내스티는 아직 생태원에서 철수하지 않았어. 실패작이 벽을 뒤덮은 상황에서도 밤낮없이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니까.

펀 │그럼 지금 바로 우리 머리 위에 있다는 건가? 방금 발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고든 │걱정 마, 그런 작은 문제쯤은 머시아가 처리해 줄 테니.

고든 │머시, 머시!

머시아 │『……네, 들립니다, 장관님.』

고든 │그쪽 상황은 어때? 계획이 틀어지면 내스티를 억지로 잡아끌어서라도 붙잡아 둬야 해.

머시아 │『걱정하지 마십시오, 장관님.』

머시아 │『이렇게 많은 사고가 발생한 건 모두 제가 소홀했던 탓입니다……』

머시아 │『내스티 주임을 잘 주시하고 있다가 생태원 밖으로 유인해서 시간을 최대한 벌어드리겠습니다.』

고든 │좋아.

고든 │봐라, 이런 중요한 때가 되면 머시도 이렇게 믿음직스러워지잖아.

고든 │너희 둘도 정신 바짝 차려. 수송구에 거의 다 왔으니.

오클리 │알겠습니다! 장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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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시아 │펀 씨의 청각은 정말 예민하군요.

??? │머시아 씨, 신분이 노출될 위험이 있습니다. 저희가 비상관리 감독 협회 신분으로 개입할까요?

머시아 │메이랜더의 간판은 더 중요한 곳에 쓰죠. 고든 장관의 비서는 상당히 유용한 위장 수단이니, 제 쪽은 걱정할 필요 없어요.

머시아 │상황을 보고하세요.

메이랜더 특수요원 │2팀이 낮에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라인 랩의 기술 인력은 실험 구역에서 확실히 철수했고, 지금 이 구역에 드나드는 건 내스티 주임과 조수 한 명뿐입니다. 다만……

머시아 │이곳에 머문 시간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길다는 거죠.

메이랜더 특수요원 │……그렇습니다.

메이랜더 특수요원 │죄송합니다. 당신의 팀원으로서 당신의 판단을 더욱 신뢰해야 했는데, 라인 랩은 확실히 전시관 지하에 무언가를 숨겨둔 것 같습니다.

머시아 │사과는 괜찮아요. 각 과학기술 기업을 감시하는 게 원래 제 임무였으니까요.

메이랜더 특수요원 │더 깊이 수색한다면, 아마 내스티 주임 쪽은……

머시아 │걱정 말고, 제 계획대로만 진행하세요. 순조롭다면 최소 20분 정도는 벌 수 있을 거예요.

머시아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선물을 준비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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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

스카이 │으아악!!!

내스티 │한 번 더.

스카이 │내스티 주임님, 생태원과 부유 플랜터 유닛의 프로그램이 이 시스템으로 구현된 건가요?

스카이 │아무리 사물을 원격 조종하는 게 밴시의 특기라고 해도, 소리를 매개체로 삼는 방식을 버리고, 주문을 모듈에 저장해 자체 순환으로 결함을 복구하게 만든 건, 그야말로 시대의 획기적인 발명이에요!

스카이 │만약 전부 주문으로 작동한다면……

내스티 │추측성 논문을 너무 본 것 같네, 스카이.

스카이 │저를 포함해 대부분 사람들이 밴시에 대해 잘 몰라요. 밴시들은 협곡에 살며, 그곳을 잘 떠나지 않는다고 하던데……

스카이 │컬럼비아에 오기 전에는 주임님도 그곳에 계셨던 거예요?

내스티 │내 기억이 시작된 곳은 카즈델이야. 나중에 동족이 날 거둬서 협곡으로 데려갔고.

스카이 │거긴 어떤 곳이에요?

내스티 │세속과는 거리가 먼 평화로운 곳이야.

내스티 │강가의 풀밭, 울창한 숲, 꽃은 지지 않고, 열매도 떨어지지 않아. 재앙은 말할 것도 없고, 비조차 좀처럼 그 고요함을 깨뜨리지 않지.

스카이 │그렇다면, 왜 그곳을 떠난 건가요?

내스티 │……

스카이 │이 늦은 시간에 누구지?

스카이 │주, 주임님! 빨리 와보세요!

스카이 │이거 혹시 주임님이 잃어버린 그 골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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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스티 │맞아, 그 골필의…… 일부분이야.

 

내스티와 스카이의 발치에서 절단된 뾰족한 펜촉이 바닥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있었다.

 

스카이 │너무해……

스카이 │생태원 사고는 우연도, 누군가의 장난도 아니었어요. 전부 사전에 계획된 일이었네요. 그들이 노리는 건 주임님이나, 라인 랩일 겁니다.

내스티 │내게 확인할 방법이 있어.

내스티 │(살카즈어) 인도하라.

 

내스티의 손에 있던 파편이 주문에 반응해 공중으로 떠올랐고, 희뿌연 빛이 부서진 골필을 감쌌다. 뾰족한 펜촉이 몇 바퀴 빙그르르 돌더니, 어느 한 방향을 향해 서서히 날아가기 시작했다.

 

내스티 │멀지 않은 곳에 골필의 다른 일부가 있는 것 같네.

스카이 │주임님……

내스티 │함정일 가능성도 있지만, 그래도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

내스티 │이 골필엔…… 내게 익숙한 주문의 흔적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