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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knights-Event/[R]미즈키&카이룰라 아버

만상추억록:하이모어 - 04.별보라

 

어쩌면 우리는 자신을 얽매고 있는 중력과 고향을 버리고, 바다와 별하늘에 자신을 던지고 싶은 충동이 생길지도 모른다.


 

PART 1 그의 맥박과 호흡은 나의 심장을 뛰게 했고, 그는 내가 끝까지 가질 수 없었던 구원이다.

 

 소녀는 놀라며 꿈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방금 꿈에서 본 그 별빛을 잊을 수 없었다.

 주교 할아버지를 따라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수행한 지 얼마나 됐을까? 소녀는 시간의 흐름을 기억하는 데 서툴렀다. 그건 그녀의 인생이 그 별빛을 마주하기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졌기 때문이다.

 소녀는 자신이 충분히 냉정하고, 진지하며, 끈기가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생명의 가치를,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증명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건 진정으로 그것을 어루만지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모두가 같은 외나무다리를 건널 필요가 없다며, 그걸 건넌다고 무슨 자격이 생기는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인류의 가능성은 워낙 무궁무진하고 수단은 그저 도구의 일종일 뿐, 사람은 그 수단을 신앙할 게 아니라 그 목적을 신앙해야 한다.

 할아버지는 늘 나에게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되고 싶은 모습이 어떤 것인지 찾으라고 격려하면서, 정작 가장 이해하기 쉽고 간단한 '답'을 바로 주기를 거절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자신의 길을 알고 있었다. 지금, 그것이 그녀 앞에 나타난 건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할아버지가 오랜 벗과 한 서약이 조용히 상자 속에 놓여 있었다. 할아버지는 무슨 일이라도 생겼는지 벌써 이틀째 돌아오지 않았다. 만약 하루가 더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다면, 할아버지가 준비한 대비 계획은 이 은신처를 완전히 휩쓸고 철저하게 파괴할 것이며, 그가 심혈을 기울였던 노력의 결정도……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것의 맥박과 호흡은 소녀의 심장을 뛰게 했고, 그것은 그녀가 끝까지 가질 수 없었던 구원이었다. 손을 뻗어 상자를 열고 바다로부터 온 서약을 마신다면, 소녀는 모든 것이 결정됐던 그날로 다시 돌아가 바다에 비친 별빛으로 새로운 자신을 탄생시킬 수 있으리라.

 만약, 그 별빛이 정말 눈이 멀 정도로 눈부시다면, 차라리 눈을 멀게 하리라.


PART 2 주위의 시끄러운 소리가 모두 사라지면, 나는 내 마지막 노래를 목청껏 부를 수 있다.

 

 소녀는 놀라며 꿈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방금 꿈에서 본 그 별빛을 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소녀는 손바닥을 쳐다보았다. 이어서 다른 손, 또 다른 하나, 어쩌면 더 있을지도…… 그제서야 소녀는 그것과 그것들이 하나둘씩 모두 별빛을 건져 올리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아득히 멀게만 느껴졌던 별빛이 손에 잡히다니?

 소녀는 그 놀라움과 기쁨에 겨워 무심코 손발을 뻗어 빙글빙글 춤추기 시작했다. 별빛도 그녀의 기쁨을 알아챘는지 그녀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비록 음악이 없지만……

 음악이 없다고?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촉수는 리듬이 되고 별빛은 멜로디가 된다. 그런데 왜 연죽자 들리지 않는 걸까? 악기가 없어서일까?

 그녀는 소리쳤다. "아니, 아니야…… 왜 이렇게 캄캄하지? 왜 별빛은 이곳을, 그리고 나를 비추지 않는 거야? 왜 이렇게 차가운 거야?"

 "건조해서 그런가? 촉수가 건조해서 온도를 느끼지 못하나? 목이 말라서 소리가 나오지 않는가? 그렇다면 고개를 들어 비를 부르고, 빗물로 목을 축이면 돼. 주위의 시끄러운 소리가 모두 사라지면, 나는 내 마지막 노래를 목청껏 부를 수 있어."

 마침내, 따뜻한 음표가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 반짝반짝 빛나는 반투명 멜로디가 되어 오색찬란한 거품에 뒤덮였다.

 "나는 곧 별빛으로 거듭날 거야."


PART 3 등대는 길 잃은 배를 위해 돌아오는 길을 밝혀준다. 그 때문인지 등대는 시테러를 불러왔고, 파도가 들이닥칠 때 가장 먼저 파괴되고 만다.

 

 소녀는 놀라며 꿈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방금 꿈에서 본 그 별빛을 잊을 수 없었다.

 갑판에서 곯아떨어졌던 하이모어는 차가운 밤바람이 얼굴을 쓰다듬어 잠에서 깨어났지만, 몸은 전혀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어쩌면 애초부터 잠들었던 게 아닌, 자신의 의식을 잠시 쉬게 한 것일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육체의 피로 속에서도 잠에 대한 욕구를 느끼지 못했으니까. 시본의 피와 살이 그녀의 강인함을 만들어 준 대신, 그녀의 수면 욕구를 대폭 줄여줬다. 하지만 인간의 정신은 육체처럼 갑자기 생겨난 이 수많은 시간에 빠르게 적응할 수 없다.

 아까 몽롱한 상태에서 봤던 그 별빛은 어쩌면 의식 속에서 본 게 아니라, 머리 위 밤하늘의 실제 별빛이 아니었을까?

 그렇다. 그녀는 그 별빛을 수도 없이 꿈꿨지만, 마지막으로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봤던 게 도대체 언제였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을 더듬어 봐도 그저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은, 절대 물러날 것 같지 않은 먹구름이 이베리아 하늘을 뒤덮고 있는 광경뿐이다.

 하이모어는 문득 어렸을 때 부모님이 들려준 이야기가 떠올랐다.

 과거 이베리아는 별자리를 해독해 방향을 알아내는 것으로 항해를 실현하려 했지만, 끝내 별의 수수께끼를 풀지 못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별은 마치 아무런 규칙이 없는 것 같았고, 심지어 일부 신비 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별은 그저 지상 사건에 대한 예지와 투영인 것 같았다. 그러나 소수 에기르인이 육지에 올라와 이베리아와 손을 잡고 해안선에 등대를 짓고, 등대를 통해 함선과 신호를 교환하면서, 이베리아는 점차 별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바다의 경계를 정복해 나갔다.

 "어떻게 된 걸까, 이렇게 되면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고향과 별반 다를 게 없는데? 풀지도 못할 별의 수수께끼에 눈이 멀어 바다에서 길을 잃다니. 그리고……"

 하이모어는 뭔가 생각난 듯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등대는 길 잃은 배를 위해 돌아오는 길을 밝혀준다. 그 때문인지 등대는 시테러를 불러왔고, 파도가 들이닥칠 때 가장 먼저 파괴되고 만다.

 그러나 그녀는 이런 일이 자신의 새로운 고향에서 일어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