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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knights-Event/[R]미즈키&카이룰라 아버

만상추억록:스카디 - 07.비문의 그림자

 

불규칙한 돌멩이의 모든 절단면이 동형 이색의 자아를 나타낸다.

 


PART 1 스카디가 익숙한 세상에서 살게 되었을 때……

 

 스카디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그녀 뒤에는 갓 태어난 시본 몇 마리가 있었다.

 이들은 스카디의 후손이 아니지만, 선대가 해저에서 번식에 전념하고 있는 동안 누군가는 이들을 돌봐야만 했다.

 따라서 위매니의 일원으로서, 스카디가 그 임무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녀의 동족들은 해저의 강철 구조물 속에서 살았으나, 시본과 접촉한 뒤, 에기르는 결국 위매니의 일부가 되기를 택하였다.

 비록 외형은 바뀌지 않았으나, 그들의 육체에는 이미 진화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렇게 오늘에 이르기까지.

 ……

 스카디는 적당한 암초를 찾아 위에 기어올라 해안과의 경계선상에 앉았다.

 그러나 얼니 시본들은 바닷물을 떠나는 걸 조금 두려워하는 듯했다. 아직 어린 시본에게 있어 건조함이 그것들의 불쾌감을 유발하는 원인임은 변함이 없다. 몇 차례의 시도 끝에 이들은 결국 암벽에 흡착해 시각기관으로 수면 위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하기로 했다.

 스카디는 하프를 꺼내 잠시 조율하더니 이내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프의 울림과 함께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는 고난과 아픔을 알지 못하는……

 포용과 배려를 품은 노래였다.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자, 어린 시본들은 몸을 늘어뜨린 채 아직은 덜 발달한 발성기관을 이용해 함께 노래를 따라 불렀다.

 원생 시본은 감정이란 것을 딱히 이해하지는 못했으나, 일부 신생 시본은 이를 인지했으며, 또한 감정을 에너지로써 활용할 수 있었다.

 그것들이 스스로 노래를 부르며 그 속에 담긴 힘을 이해하게 될 때, 시본은 비로소 자신들 이외의 종족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것들은 이제 '학습'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었다.

 ……

 그리고 스카디는, 여전히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PART 2 스카디가 인정받지 못하는 세상에 살게 되었을 때……

 

 어비설 헌터스의 모두가 변이되던 그 순간, 에기르의 어비설 헌터스 프로젝트는 그 종결을 선언했다.

 집정관들은 이 '이형'들을 완전히 섬멸하고 시본에 맞설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데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어비설 헌터스들은 아직도 자아 의지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

 스카디는 해수면을 향해 헤엄쳐 갔고, 주변에는 그녀의 동포들이 따라다녔다.

 그들은 이미 사람의 형태를 잃고, 각양각색의…… '시본'이 되어 있었다.

 그들의 핏줄을 잇는 저주가, 드디어 그 진정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제 그들에게는 돌아갈 고향이 없다…… 에기르인들이 그들의 섬멸을 맹세했기 때문에.

 그렇다고 위매니에게 돌아가지도 않는다…… 죽음을 맞이할지언정, 시본에게 굴복하지는 않을 것이니.

 그리하여, 그들은 스스로를 추방하길 택했고, 아직 바다가 뒤덮이지 않은 곳으로 향해, 실낱같은 희망을 찾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절망으로 향하는 여정에서마저도, 어비설 헌터스는 시본들의 포식과 에기르인의 토벌로 인해 대부분이 전멸했다.

 남은 십여 마리의, 사람이 아닌 괴물만이 육지를 향해 말없이 헤엄치고 있었다.

 그들은 무기를 잃었으며, 신념 또한 잃었다.

 남은 것은 꺼림칙한 육체와 고통으로 가득 찬 영혼뿐이었다.

 스카디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 했다. 그러나 가슴 속에 담아 둔, 발성기관을 거쳐 나온 것은 노래가 아니라, 그저 의미 없는 울부짖음뿐이었다.

 이제, 스카디의 노래는 오로지 그녀의 머릿속에만 존재하게 되었다.

 그녀가 죽음을 맞이할 때면, 그 아름다운 멜로디를 기억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PART 3 스카디가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게 되었을 때…… 과연 자신을 마주할 용기가 있을까?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스카디는 홀로 해저에 설치된 조명 설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에기르제 장비 덕에, 그녀는 혼자서도 이 드넓은 해저의 조명을 관리할 수 있었다. 이 믿음직한 조명들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 그녀는 얼마든지 이동 거주시설에 홀로 드러누워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멜로디를 따라 흥얼거릴 수 있었다.

 매주 도시로 돌아가 보급을 받고 보고를 올리기만 하면, 계속하여 이런 혼자만의 쾌적한 삶을 즐길 수 있었다.

 다른 것들에 관해선, 스카디도 딱히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금전적인 부담도, 타인과의 교류에 대한 불안도, 질병의 걱정도 없다.

 더 이상 뭐가 필요하겠는가?

 스카디는 늘 그렇게 생각해 왔다. 그 부서진 비석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 비석, 분명 에기르의 것이 아닐 그 물건은 그녀에게 무서운 걸 보여 주었다.

 그녀는 자신이 난생처음 보는 해양 생물들과 함께 노래하는 것을 보았고,

 자신이 추악한 괴물이 되어, 다른 괴물들과 함께 해수면을 향해 헤엄치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자기 키만큼이나 거대한 대검을 메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함께 도시만큼 거대한 괴물을 향해 헤엄쳐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단편 속의 주인공이 분명 자신이라는 것 또한 스카디도 확신했다.

 하지만 그 낯선 사람들, 낯선 괴물들, 낯선 행동은 그녀의 마음속에 공포를 가득 채웠다.

 자신은 이런 것들과 얽힐 이유가 전혀 없는데.

 그렇게 생각한 스카디는 비석의 영상을 촬영하고 서둘러 거주시설로 돌아가 상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비석은 아직도 그녀에게 뭔가를 전하고 싶은지, 스카디가 저 멀리 떠나갔음에도 계속해서 여러 화면을 비춰주고 있었다.

 ……

 대검을 짊어진 자신이…… 해신을 도륙한 스카디가 울피아누스의 지휘 아래 암초에 잠복해 있을 때……

 그녀의 손이 부서진 비석에 닿았다.

 그리고 그녀가 곧 보게 될 것은……